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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지 2탄(속) – 구름위의 금정산

앞글 2탄에 이어서… 아직도 26일

1. 유일한 동행

동문(東門)에서 만난 아저씨 덕에
산을 오르긴 했으나..

내려오는 사람은 몇몇 보여도
나와 같은 방향으로 산을 오르는 사람은 전혀 보이질 않았다.

점점 산에 구름이 몰려오더니…
산허리 아래가 구름인지 안개 때문에 보이질 않고..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한다.

쩌비…
해낼 수 있으려나…
이런 잡념에 빠져 있는 사이
앞에 천천히 산을 오르는 한 사내를 발견
죽어라 좇아가 말을 걸었다.

30살의 백수라고 자기를 소개하더군요.
저는 26살의 백수라고 소개했죠.

산 중턱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부산쪽을 바라보며..
“저게 바단가요?”
“아니요. 낙동강이요.”
“아.. 네..–;”

“자꾸만 산 아래쪽으로만 걷는 것 같네요.”
“네?”
“이쪽으로 진짜 길이 있거든요.”
“??”

“엇… 여기 산성이 진짜 있었네요.”
“??”
“길을 따라 와도 계속 산성이 보이질 않길래… 문만 남아있고 산성은 유실된 줄 알았어요.”
“-_-;”
“같이 안왔으면 산성도 못보고 갈 뻔 했네요. 고맙습니다.”
“허허..”

근데 이걸 예전엔 어떻게 쌓았는지…
“이건 백성들의 엄청난 협동심의 증거이거나, 아니면 엄청난 착취의 증거일 거예요”
“생각이 특이하시군요. -_-;”

2. 잠시 쉬었다 가죠

“여기서 쉬었다 가죠.”
“그래요.”
“제가 잘 걷지를 못해서 미안해요.”
“괜찮아요. 같이 안왔으면 산성도 못보고 갈 뻔했는걸요.”

샛길로 올라가보니
부산시내가 보일만한 자리가 딱 휴식처로 있더군요.
누구부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쉬고 가는 곳인듯.

소원 빌 게 뭐가 그리 많은지…
어딜 가나 쉽게 볼 수 있는 돌탑들이 있더군요.
돌멩이 하나하나 쌓아가며 자기만의 소원을 빌었겠죠?
살기 힘든 건 어디나 마찬가지인가봅니다.
저도 돌멩이 하나를 맨 꼭대기위에 올려놓으며 소원을 빌었습니다.
빈다고 누군가 소원을 들어주는 게 아니란 걸 알면서도…
괜히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소리 한번 질러 볼까.”
“질러보세요.”
“메아리가 돌아올까요?”
“주변에 산이 높질 않아서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꺼에요.”
“모 그래도… 아~~~~~~”
“띠리리리리”
아.. 깜짝…
“대답이 오긴 왔네요 -_-;”

“여보세요.”
“출발했어?”
“아직… 산 거의 정상이야.”
“11시는 되야 대전 오겠네.”
“글쎄.. 내려가는건 금방이라는데… 7시나 7시 반 차 타고 갈게.”
“알았어”

원래는 산위에서
부산시내가 다 보인다고 하던데…
구름이 워낙 끼어서 보이질 않더군요.

희미하게 동래구를 본 게 고작이군요.
그래도….
구름 위쪽만 보이는 산이 꽤 멋있어요.
산신령이라도 나올 것만 같은 분위기 있잖아요.
사진기라도 있었으면 좋았읉텐데.. 무지 아쉽더군요.

이제 좀 내려가면…
북문(北門)을 통과하고 나니 금방 범어사가 나옵니다.
낡아보이는 대웅전이 참 보기 좋더군요.

나중에 속리산에서 만난 한 사람이 얘기해주는데..
예전에 범어사 주지자리를 두고 싸움이 벌어져서
용역깡패들이 동원되고… 바리케이트를 설치하고 하는 바람에..
그 동네 학생들이 등교도 못하는 일이 있었다고… 쿨럭 -_-;;;

3. 고속버스를 타고 대전으로

범어사를 지나 시내버스를 타고 범어사 역에 도착.
지하철로 한 역 거리인 노포동 역에는 고속버스터미널이 붙어있습니다.
노포동역 도착시간은 6시 50분.

“대전이요.”
“7시 18500원입니다.”
“우등 말고.. 일반 없어요?”
“이게 막차거든요.”
“-_-; 네..;;;”

대전터미널에 도착한 건 10시 30분.

박사과정에 있는 지혜에게 전화를 건다..
“대전 도착했어.”
“여기 올 줄 알지?”
“으.응..”

“과학기술원에 가려면 어떻게 가야하나요?”
“저기 버스정류장에서 타세요.”

버스정류장에서..

“과학기술원에 가려면 몇 번 버스를 타야하나요?”
“음…. 건너편에서 타야할 것 같은데요.”

음… 건너편에서 가서..

“과학기술원에 가려면 몇 번 버스를 타야하나요?”
“음… 건너편에서 타야할 것 같은데요.”

쩝.. 끙;;; 다시 건너편에 돌아가서

“과학기술원에 가려면 뭘 타야하나요?”
“음… 버스는 끊긴 것 같은데.. 충남대까지 가서 택시를 타는게 좋을 것 같아요.”

한참을 고생해서 충남대까지 와서도..
좀더 고생을 한 후…

지혜와 경천, 태규가 티코를 몰고 와주었다..

“이 바보!”
“-_-; 롯데리아 앞으로 나오라며..”
“충대농대 앞을 말하는 거였지..”
“어쨌든… -_-;;;”

“여행일지 2탄(속) – 구름위의 금정산”의 2개의 댓글

  1. 같이 등반한 아저씨가 인상적이군요.
    무슨 만담콤비같군요..-_-;;
    ‘저게 바단가요’ ‘아니요 낙동강이요’
    에 한표..-_-;;

  2. ansa// 그 아저씨.. 서른에 아직도 백수라면서.. 얼마나 할일이 없으면 평일에 등산하겠냐며 신세한탄을 하더라. 난 서른에 뭐가 되어 있으려는지…
    정말 그 아저씨 아니었으면 금정산 등산의 맛을 반의 반도 못느꼈을거야… 후훗;;; 고마운 분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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