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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학기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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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었던 2021년 1학기가 무사히 끝나고 여름방학이 시작된 지도 한참 지났네요. 이번 1학기는 작년 1,2학기보다도 몸이 많이 힘든 느낌이었는데요. 아마도 수업을 너무 많이 맡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근대철학연습(대학원), 심리철학, 기호논리학, 철학입문, 과학기술과철학(교양), 이렇게 총 5개의 수업을 진행했거든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투고했던 논문이 『과학철학』 3월호에 실렸다는 점입니다. 그게 없었으면 학기 내내 마음의 부담이 컸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연구, 강의, 지도 세 영역으로 나누어 간단히 결산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연구

작년부터 코페르니쿠스 혁명에 대한 논문 3부작을 출판 중입니다. 작년 7월에 출판된 1부 “위기 없는 혁명“은 코페르니쿠스 체계의 제안 동기를 다루었고, 올해 3월에 출판된 2부 “코페르니쿠스 체계의 조화“는 코페르니쿠스 체계 자체의 설득력을 다루었습니다. 앞으로 투고할 3부 “이론 선택과 가치”는 코페르니쿠스 혁명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를 설명하려고 합니다. 1학기에 전혀 연구를 못했기 때문에 방학 기간에 열심히 달려야 할 것 같습니다.

강의

근대철학연습 : 이 수업에서는 흄의 『인간 본성에 관한 논고(A Treatise of Human Nature)』 3부작을 그에 대한 논문들과 함께 읽었는데요. 흄의 『논고』가 생각보다 너무 어려워서 고생이 많았습니다. 『인간의 이해력에 관한 탐구(An Enquiry Concerning Human Understanding)』를 읽었을 때는 이 정도로 어렵지 않았었기 때문에 살짝 당황했었습니다. 게다가 한국어 번역본도 너무 아쉬웠고요. 소득이 있다면, (1) 『논고』에서 꼭 읽어야 할 부분과 읽지 않아도 되는 부분을 알 수 있게 되었다는 점, (2) 몇 가지 흥미로운 연구 주제들을 얻게 되었다는 점, 그리고 (3) 석사 지도 학생을 얻었다는 점입니다.

심리철학 : 원래 다른 교수님이 담당하던 수업이지만, 담당 교수가 올해 안식년이라 대타로 강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맡아본 적이 없었던 수업이었기에 큰 욕심을 부리진 않았습니다. 원래의 담당 교수가 교재로 사용해 왔던 라벤스크로프트의 『심리철학 : 초보자 안내서』를 교재로 사용하여, 교재의 순서를 따라 교재의 내용을 전달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그 교재를 가지고 한 학기 수업을 해보니 몇 가지 아쉬운 점이 보이더군요. (1) 마음에 대한 여러 견해들을 소개하는 데 각각 동일한 시간을 할당했었는데, 이원주의, 행동주의, 동일론 등은 지금보다 줄이고, 계산주의, 연결주의, 허구주의 등에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해야 할 것 같습니다. (2) 교재의 특성상 각 입장에 대한 옹호 논변과 반대 논변들이 너무 간단히 소개되고 지나가는데, 좀더 논증의 깊이와 풍미를 살리려면 고전적인 논문 몇 가지는 함께 읽을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기호논리학 : 작년에 이어 이병덕의 『코어논리학』을 교재로 사용했습니다. 교재는 전체적으로 훌륭합니다. 다만 문장 논리 부분은 좀더 신속하게 진행하고, 술어 논리 부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조정을 해야겠습니다(“정언 진술”을 다루는 교재 4장도 술어 논리를 할 때 함께 다루는 것이 좋을 듯). 그리고 기호논리학을 배우는 의의가 교재에는 거의 소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수업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교재에서는 논의영역이 공집합이 아니어야 한다는 조건을 암묵적으로 전제하면서도 이를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은데, 이에 대해 좀더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이 문제는 흥미로운 연구 주제가 될 수도 있을 듯). 또한 이 수업은 동영상 강의와 실시간 연습으로 구성된 플립러닝 방식으로 전환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철학입문 : 작년에 만든 수업 계획에서 큰 변화를 주지 않고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다만 작년에는 과제 해설도 동영상으로 진행했다면, 이번 학기에는 과제 해설을 실시간 화상 수업으로 진행을 했습니다. 어떻게든 학생들 얼굴을 보고 학생들에게 좀더 부담을 지우기 위한 방법이었으나, 그렇게 성공적이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동영상 수업에서는 제출 받은 답안 중에서 흥미로운 답안들을 골라 그 입장과 논증 방식에 따라 분류하여 소개하고 코멘트까지 줌으로써 마치 그들끼리 논쟁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줄 수 있었던 반면, 실시간 수업에서는 그런 정돈된 수업을 제공하진 못한 채 그저 “내가 너희들의 이름을 부를 수 있으니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라” 정도의 효과밖에 못 주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전체적으로 너무 추상적인 주제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례에 기반한 응용 윤리학 주제를 추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윤리적 관광이나 맞춤아기와 같은.

과학기술과철학 : 강사 시절부터 계속 해오던 여러 수업과 거의 같은 컨셉의 2학점 교양 수업입니다. 다만 철학과 3학년 2학기 전공수업인 “과학철학”과 더 많이 차별화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다음 학기부터는 이 수업을 박사과정 수료생 차봉석 샘에게 맡기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차봉석 샘에게 이번 학기 수업 조교를 부탁했는데, 덕분에 저의 이번 학기 채점 부담도 덜 수 있었습니다. 나름 괜찮은 작전이었죠? ^^

학생 지도

학생 지도는 어떻게 하는 건지 배운 적이 없지만, 점점 지도를 하다보면 노하우가 생기겠죠? 다행히 정병훈 교수님으로부터 물려받은 박사과정 지도학생 차봉석 샘을 이번 학기 열심히 닦달한 결과, 학술지에 논문이 하나 게재되었습니다. 첫 투고에 바로 게재라니, 정말 축하드려요!!!

그리고 이번 학기에는 석사 지도 학생도 1명 생기고, 학부생 졸업 논문 지도 학생도 4명이나 생겼습니다. 열심히 지도해 드릴테니, 잘 따라와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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