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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증가율 앞선 임금인상”은 거짓말 by 프레시안 강양구 기자

  정부산하 연구소 및 주요 언론들이 “임금 인상이 생산성 증가율을 앞서 경쟁력이 약화됐다”라고 최근 주장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한노사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생산성을 상회하는 임금 인상이 이루어진 바 없고, 생산성 증가율이 임금을 줄곧 앞질러 왔다”는 것이다.
  
  “생산성을 상회하는 임금인상 사실 아니다”
  
  19일 한노사연은 <노동사회> 9월호에 실릴 예정인 김유선 부소장의 분석 “2002년 지나친 임금인상?”을 인용해 “생산성을 상회하는 임금인상이 이루어졌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면서 오히려 “1995년 이래 노동자들의 임금인상률은 생산성 증가율에 못 미쳤다”고 주장했다.
  
  김유선 부소장은 “특히 임금이 생산성 증가율보다 가파르게 상승했다”고 주장되고 있는 2002년도 역시 명목임금 증가율(3.0%)은 명목생산성 증가율(5.2%)에 못 미치고, 실질임금 증가율(0.3%)도 실질생산성 증가율(3.5%)에 크게 못 미친다고 반박했다.
  
  1995~2002년으로 확장해보면 더 확실히 드러난다는 것이 김유선 부소장의 지적이다. 8년 동안 명목임금 증가율(5.9%)은 명목생산성 증가율(6.5%)보다 낮고, 실질임금 증가율(1.9%)은 실질생산성 증가율(3.9%)보다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1995년 이래 계속해서 노동자들의 임금인상률이 생산성 증가율에 못 미쳤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2002년 노동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147만5천원으로 1996년 149만4천원에 못 미친다”며 “국내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이 아직도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한국노동연구원은 <매월노동동향> 2003년 8월호에 게재한 이종훈 명지대 교수의 “최근의 임금변화,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를 통해, “우리나라 임금은 줄곧 생산성 증가율을 앞질러 왔으며, 특히 2002년에는 그 폭이 급격하게 늘어났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주장은 바로 경제지와 중앙 일간지를 비롯한 주요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한국경제신문은 “노동비용 한국만 가파른 상승 추세”란 제목으로 8월12일자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으며 매일경제신문, 동아일보, 한국일보도 “단위노동비용 급증 수출 경쟁력 약화 주범”, “생산대비 인건비 한국만 증가세”, “단위노동비용 미ㆍ일보다 높아” 등의 제목으로 보도했다.  

  통계 장난으로 결과 다르게 나타나
  
  김유선 부소장은 한국노동연구원의 주장이 나온 것은 생산성 지표는 ‘취업자 1인당 GDP 증가율’을 사용하면서, 임금 통계는 ’10인 이상 사업체 상용직 임금증가율’을 사용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지적했다.
  
  노동부가 집계하는 ’10인 이상 사업체 상용직 임금’ 통계는 전체 노동자 1천4백18만명(2002년) 가운데 510만명(2002년)만 조사대상으로 할 뿐, 10인 미만 영세업체와 임시일용직 노동자 9백8만명을 조사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김유선 부소장은 “생산성 지표를 ‘취업자 1인당 GDP 증가율’을 사용했다면 임금통계 역시 한국은행의 ‘피용자 1인당 월임금 총액’을 계산해서 비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금, 국제경쟁력 약화 요인이라고도 볼 수 없어
  
  또 한노사연은 “임금이 국제경쟁력 약화 요인이라고도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 노동성의 “제조업 생산직 시간당 보수비용 국제비교 2001” 보고서에서 OECD 국가의 시간당 보수비용(임금 등)을 살펴보면 노르웨이(23.1$), 독일(22.9$), 덴마크(22.0$), 스위스(21.8$), 벨기에(21.0$), 미국(20.3$) 순으로 높고, 한국(8.1$)은 멕시코와 포르투갈 다음으로 낮아 22개 국가 중 20위라는 것이다. 김유선 부소장은 “미국 노동성이 우리나라 노동부의 10인 이상 사업체 상용직 통계를 이용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 보수비용도 실제 이상으로 과대평가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자료에 비춰 봤을 때, 노동연구원 이종훈 교수가 주장한 “임금이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켜왔다”는 주장은 그 근거가 약해진다는 것이다. 사실 언론이 크게 보도한 “2002년의 경우 다른 국가들은 모두 단위노동비용이 감소했고 우리나라만 큰 폭으로 증가했다”라고 강조한 부분에서 이종훈 교수는 “한국노동연구원과 미국 노동통계국(BLS) 자료 등을 이용해 계산했다”고만 밝히고 있어 그 근거가 불명확하다.
  
  정부-기업-언론의 “노동자 때리기” 행태 드러나
  
  한편 정부 산하 연구소인 한국노동연구원이 노골적으로 노동자측에 불리한 통계 자료와 분석을 제시하고, 이를 언론들이 대서특필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기업-언론의 “노동자 때리기”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애초 6월에 학회에서 발표된 논문으로 알려진 이종훈 교수의 논문이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매월노동동향>에 발표된 시점은 현대자동차 단체협약이 성사된 것을 놓고 기업과 언론이 “노동자들이 임금을 과도하게 받는다”며 성토를 하고 있을 때였다. 이 때 발표된 이교수의 분석을 경제지와 주요 언론들이 무비판적으로 인용해 “노동자 때리기”에 활용했다는 것이다.
  
  한노사연의 김유선 부소장은 “최근 정부측에서 노동 시장 유연화 등을 언급하는 등 하반기 노사관계에서 사측의 입장을 강화하고 노동의 입장을 약화시키는 쪽으로 몰고 가는 움직임이 보인다”면서 “이번 일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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