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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누리] ‘政經言부패삼각동맹’의 실체를 본다: LG카드 2조원 지원과정을 지켜보며 by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위원 양문석

벌써 보름이 지나는 시점이지만, LG카드 부도위기가 낳은 재벌과 언론 그리고 정부의 ‘부패삼각동맹’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진보누리의 ‘새로운 삶’을 축하하면서 썰렁한 ‘미디어비평’ 코너에 그래도 미디어 관련 글 하나는 있어야겠다는 조급한 마음으로 그 전에 썼던 글을 다시 정리해서 올린다.  

최근 LG카드가 부도위기에 몰리면서 한국경제는 IMF이후 가장 아찔한 순간을 겪었다. 그 위기 한 가운데는 정부·재벌·언론이라는 탄탄한 ‘삼각동맹’, 그것도 거짓말하는 정부, 도덕적 해이를 실천하는 재벌 그리고 이를 옹호하는 언론이 자리잡고 있었다.

얼마 전 인사동의 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적이 있다. 어떤 사람이 계산하려는데 식당 주인 왈 “LG카드는 안됩니다”는 목소리에 LG카드 소지자의 얼굴은 벌개지고 작은 식당에 가득 찬 손님들은 일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LG그룹 구씨 일가, ‘배쩨라’

LG그룹의 구본무 회장이 ‘개인보증’을 서지 않겠다며 LG카드가 자체 회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완전히 뭉개는 ‘현금서비스 중단조치’를 기꺼이 감수하는 오기를 부렸던 결과며, 시장의 불신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음을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렇다면 LG카드의 대주주인 구회장과 그의 일가들은 지난 6개월간 LG카드 회생을 위해 무슨 짓을 했을까. 이미 올 초부터 위기상황이 계속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LG카드의 위기를 숨겨주고 있을 때 이들은 34%대의 LG카드 지분을 16%대로 낮추었다. 값이 좋을 때 팔아치우는 비윤리적 경제행위를 자행한 것이다. 특히 긴급자금을 요청했던 지난 달 중순을 전후해 집중적으로 팔아치웠다. ‘내부자거래’라는 의심을 충분히 사고도 남는다. 10월18일을 전후해서 1만원을 훨씬 넘었던 LG카드 주식 값이 몇 일 뒤 반 토막 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면서 채권단이 2조원 지원조건으로 구회장의 개인보증을 요구하자,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주는 지분만큼만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로 끝까지 거부했다. ‘배쩨라’는 용어가 일부 신문에 등장할 정도로 구회장과 측근들은 대담했다. 소액주주들이 죽든지 말든지. LG카드가 죽든지 말든지. 한국경제가 망조 들든지 말든지.

지난해부터 ‘1등주의’를 외쳤고, LG카드가 업계 1등으로 올라서자 가장 많은 칭찬을 했던 구본무. 지난 해 종무식에서는 팝송 ‘We are the Champion’을 부르게 했고, 신년사에서는 1등을 13번이나 언급했으며, 틈나는대로 그룹 행사에서 LG카드 사장을 ‘필사의 노력으로 업계 1위를 차지했다’며 칭찬하였던 구본무. 그의 1등주의 때문에 다른 카드회사가 겪지 않는 ‘부도위기’에 빠진 LG카드. 무리한 외적 성장만 치중하게 했던 원인 제공자인 그가 지분만큼만 책임지는 것이 원칙이라며 개인보증을 거부한 것이다.

<조선일보>, LG 구회장의 ‘도덕적 해이’를 찬양하다

그렇다면 LG카드가 위기상황에 직면했을 때 언론은 뭘 했는가. 소위 조중동은 검찰의 비자금 수사 때문에 LG 등의 주가가 폭락해 전체 주식시장의 폭락장세를 주도한다며, 검찰의 기업수사를 조기 종결하라고 떼쓰고 있었다. 지난 3월 카드회사들의 위기 이후 끊임없이 흔들렸던 LG카드의 부도위기가 비자금 수사 때문인 양 오도한 것이다. 분명한 것은 주가폭락의 도화선은 LG카드가 긴급자금지원을 요청한 직후였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구회장 일가의 ‘나 살고 너 죽어라’식의 주식처분에 대해서는 몇몇 인터넷신문을 제외하고 거의 지적이 없다. 반면 개인보증을 못하겠다면 버티는 구회장 일가를 조선일보는 아예 엄호하는 기사까지 낸다. <“LG 具회장 개인보증까지 서라니…”/그룹, 채권단 무리한 요구에 반발>. 조선일보 11월22일 21면 톱기사다. “‘…구회장의 개인보증을 요구하는 것은 구회장이 가진 주택과 자동차 등 몇 십 억 원되지 않은 재산을 내놓으라는 것으로 너무나 모욕적인 요구’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가 핵심내용이다. 바로 그날은 채권단이 LG와 치열하게 ‘머리싸움’을 전개하며 지원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해야 할 시기였다. 결과적으로 LG그룹의 완승이었다.  

사실 조선일보는 바로 전날인 21일 1면에 구회장이 자신의 (주)LG 지분을 담보로 내놓은 것에 대해 “그룹 경영권 전체를 상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재계에서는 구회장이 LG카드를 살리기 위해 큰 결단을 내린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구회장의 결정을 ‘위대한 결단’쯤으로 추켜세웠다. 이렇게 ‘훌륭한’ 구회장을 압박하는 채권단의 요구가 조선일보의 비위를 상하게 했던 모양이다.

한데 조선일보가 ‘경영권 전체를 상실할 가능성’을 운운했던 구회장의 (주)LG 지분담보에 대해서 중앙일보가 ‘본의 아니게’ 반박논리를 제공한다. 같은 날짜인 21일 중앙일보는 섹션 ‘중앙경제’ E1면 톱기사 <구회장 (주)LG지분 담보제공>에서 “…LG그룹 관계자는 구회장이 (주)LG 지분 전량을 내놓더라도 구회장의 일가 등 특수관계인들이 (주)LG지분 40%을 갖고 있어 그룹지배구조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고 보도한 것이다.  

LG그룹 관계자도 ‘경영권에 별 문제는 없다’고 한 것을 조선일보가 ‘오바’하면서 ‘경영권 상실’ 운운한 것이다. 조선일보의 ‘LG생각’이 갸륵할 뿐이다.

경제부총리 김진표, 이 자가 문제다.

▲ 김진표 경제부총리     ©연합뉴스

그렇다면 정부는 그 동안 어떤 말을 했을까. 열린우리당이 김진표 부총리겸 재경부장관을 영입 1순위로 올렸다는 보도가 최근 신문과 방송에서 자주 접하게 된다. 그 동안 김부총리가 행한 숱한 기행과 파행은 국민들이 익히 알고 있다. 태풍 매미가 북상하고 있던 날 제주도에서 ‘친한 친구들’과 함께 골프를 친 것은 그 숱한 기행과 파문 중 그냥 ‘귀여운’ 사례로 볼 수 있을 정도다.

김부총리는 4월28일 한 라디오의 시사프로그램에서 사회 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카드채’에 대해서는 “대주주 증자 등 카드사 관련 대책이 마련돼 23조원의 유동성이 확보돼 있다”며 “현재 10%대인 카드 연체율이 30%로 올라가더라도 별문제가 없다”고 말해 그 당시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카드채 대란설’을 일축했다.

또 6월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정책간담회에서 “3/4분기에 카드채가 대규모 만기 도래함에 따라 금융대란 우려가 있으나 정부의 4월3일 카드채 대책발표이후 대주주증자와 경영합리화를 통한 수지개선 등 자구노력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드사문제가 금융시장의 시스템 위기로 발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또 다시 제기되고 있던 ‘7월 금융 대란설’이라는 세간의 경고를 무시한 것이다. 그는 “카드사의 자구노력을 철저히 점검하는 한편 시장원리에 기초해 법과 원칙에 따라 카드채 문제를 처리해 나갈 것”라고 자신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결과는 10월 하순 LG카드의 위기로 인한 한국경제의 대외신인도 하락과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광범위한 불신감만 조장했다. 심지어 ‘관치금융’의 구태를 그대로 답습하여 또 다시 ‘임시처방’만 내놓았을 뿐인데 김씨는 10월25일 LG카드 문제와 관련,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LG카드 문제는 해결됐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보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대사불사론’이 화려하게 부활하는 순간, 그 자리에는 정부와 언론 그리고 재벌의 ‘도덕적 해이’가 뿌리깊게 깔려 있었다. 뿐만 아니라 거짓말과 도덕적 해이 그리고 이를 옹호하는 이들의 ‘政經言부패삼각동맹’의 탄탄함에 국민들이 다시 한번 좌절하는 순간이었다. 참으로 서민들이 살기 힘든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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