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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누리] “어이, 높은 사람 좀 바꿔바”: 민주노동당 당직자들 ‘전화와의 전쟁’ by 최백순

4. 15 총선 결과, 민주노동당은 총 10석의 의원을 국회에 입성시키는데 성공했다. 선거동안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것과 비례해서 여의도 중앙당사의 전화기는 끊임없이 울려댔다. 의회진출의 기쁨 뒤에는 선대위 당직자들의 ‘전화의 전쟁’이 쉴 수 없이 계속됐다.

막무가내형, 민원형

역시 단연 압권은 막무가내형과 민원형. 전체 전화의 절반 정도를 차지할 정도다. 김선봉 당원관리부장에 따르면 이들의 특징은 일단 높은 사람부터 찾는다는 것. 권영길 당 대표를 찾는 경우가 제일 많지만 이럴 경우 당직자들은 일단 안도한다. 권 대표가 지역구에 출마한 탓에 중앙당에 없기 때문.

TV토론을 통해 스타로 뜬 노회찬 선대본부장도 막무가내형이 찾는 1순위. 노 본부장의 경우 핸드폰을 본인이 직접 받기 때문에 당직자들은 핸드폰 번호 보안을 지키느라 선거기간 내내 전전긍긍해야 했다.

막무가내형의 또 다른 특징은 여성당직자들이 전화를 받을 경우 무조건 “아가씨, 남자 좀 바꿔봐”하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여성당직자들이 이중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 막무가내형의 전담마크맨으로 떠오른 사람은 기조실의 김홍석 부장.

김홍석 부장은 마치 TM회사의 능숙한 팀장처럼 막무가내형 전화를 느긋하게 받아내서 다른 당직자들과 대조를 이루기도. 하지만 김홍석 부장도 전화를 끊기 무섭게 “아 미치겠구만”을 연발해서 실제로 스트레스를 받기는 마찬가지였다.

정책조언형, 지시형, 시비형

▲ 기조실 김홍석부장   ©진보누리

정책정당인 민주노동당에는 정책조언형도 상당수. 정책정당인 민주노동당을 무색케 할 만큼의 다양한 정책조언들이 줄을 이엇다고 한다. 당직자들에 따르면 발표한 공약에 대부분 있는 것들을 마치 새로운 것처럼 이야기 하는 경우가 대부분.

정책조언형의 공통점은 “이것을 채택하면 득표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약속이나 한 것처럼 결론을 내린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국민연금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정책조언을 하고 혁명적인 득표향상이 있을 것이라고 우기는(?) 식.

정책조언형에는 꼼꼼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사람들도 자주 있었는데 그냥 전화상으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FAX와 우편을 내용을 보내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이런 사람들은 받는 사람들의 이름을 일일이 확인하고 사후의 처리결과(?)를 점검한다는 것. 이쯤 되면 당직자들도 손을 들기 마련이다.

역시 가장 감당하기 힘든 것은 시비형. 가뜩이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당직자들을 상대로 다양한 형태로 시비를 걸어오는 경우가 다반사였다고 한다. 열린우리당의 지지율 하락과 비례해서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의 시비성 전화가 많았던 것도 특기할만한 점.

항의형 VS 격려형

▲지쳐잠든 강상구부장    ©진보누리

항의형은 주로 논리적(?)인 것이 특징. 재계 실무담당자로 추정되는 전화도 자주 있었는데 이런 경우 예외 없이 민주노동당의 부유세와 분배정책을 물고 늘어진다고 한다. “민주노동당의 경제정책대로 가면 경기침체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 주요한 논지.

개중에는 당직자들도 미처 알지 못하는 당의 정책을 집요하게 질문하고 공격해서 곤욕스럽게 하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고 한다. 특기할만한 점은 과거처럼 색깔론을 들고 공격해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는 점.

한 당직자는 “이번 총선의 최대성과는 진보를 거부감 없이 국민에게 받아들여지게 했다는 점”이라고 나름대로 총선의 의미를 촌평하기도. 권영길 대표와 경쟁하던 “한나라당 후보의 색깔론 공세가 오히려 자멸로 이르게 했다는 것이 단적인 예”라고 덧붙였다.

당직자들이 탈진상태에서도 힘을 내게 했던 것은 쏟아지는 격려형 전화들. 격려형 전화들의 특징은 바쁜 당직자들을 미리 고려해서 짧게, 그리고 힘주어서 힘내라고 이야기 한다는 점. “쓰러지기 직전에도 이런 전화를 받으면 피로가 싹 가신다.”라며 한 당직자가 귀뜸한다.

“민원실 설치를 서둘러야”

선거기간 동안에는 전화만 불이 난 것이 아니라 여의도 중앙당사를 직접 방문하는 사람도 급증했다. 선거 지원을 나가려던 선대위의 핵심 책임자들은 입구에서 붙잡히기 일쑤. 노회찬본부장이 인기도와 비례해서 면담요청 제 1 순위였다고.

전쟁을 치르던 당직자들도 업무를 제쳐놓고 방문객에게 붙잡혀 살이되고 피가되는(?) 이야기를 이삼십분씩 들어야 했다. 법률과 관련되어 민원을 가지고 중앙당사를 방문하는 경우 중앙당에 단 한명뿐인 김정진 변호사는 그야말로 죽을 지경.

사무처의 박재명 총부부장과 김선봉 당원관리부장은 “민원과 방문객을 전담하는 부서의 설치가 시급한 사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민주노동당의 경우 별도로 전화를 받는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전 당직자가 속칭 ‘전화를 땡겨서 받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선거후반에는 서로 전화를 받지 않으려는 기현상이 생기기도 했다.

취재를 하는 와중에도 노동실천단의 강상구부장은 민원을 가지고 강원도 평창에서 상경한 한 농민으로부터 삼십분째 묵묵히 이야기를 듣고 있어야 했다. 효율적인 민원업무를 처리를 위해서도 민원전담팀의 설치는 역시 시급해 보였다.

기사입력시간 : 2004년 04월17일 [03:32] ⓒ 진보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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