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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지 2탄 – 운좋은 삽질들

26일.

1. 이른 기상

용남은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한다며 6시도 전에 여관을 떠버렸다.
지각하면 결근처리 또는 휴가를 써야 한다나..
무서운 회사로군
7시 30분이라는 이른 출근 대신 4시 30분 칼!퇴근이라니 뭐..
7.3.제 한다고 7시 출근하고 밤에 퇴근하는 모 회사보다는 훨 나은듯.. ;;;
회사 퇴근하면 변리사 공부를 위해 대학 도서관을 찾는다는 용남.
석학의 꿈은 버린 것인가… 허허
난 뭐지??? 후훗!!
싱글즈의 대사가 자꾸 떠오르는 걸…
“예전엔 서른까진 뭔가가 되어 있을 줄 알았다”
예전의 꿈과는 전혀 다르게 가고 있지만 그 속에서 새로운 살길들을 찾아가는 29살 청춘들의 자위섞인 이야기가 말이다.

7시. 용남이가 남기고 간 부산관광지도를 들고서 여관을 나섰다.

2. 영도 해변을 걷다

영도(섬)를 가려면 구중심가인 남포동에서 버스를 타야 한다.
남포동에는 왜 유명한지는 모르겠지만 자갈치 시장이 있다.
자갈치 시장 입구에 써있는 영문카피가 압권이다.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COME!  SEE!    BUY!

버스를 타고 영도대교를 건너 태종대 입구에 도착.
웬지 입구에선 입장료를 받는듯.
태종대로 올라가는 길 외에 다른 길이 하나 보인다.
“감지 해변 산책로”
이건 뭐지?
아직 시간도 많이 있으니 한바퀴 돌다 와도 되겠거니..

영도의 서쪽 해변을 따라 걸으며
육지쪽을 바라보면 송도(섬 아님)가 보인다.
송도해변의 아파트들과 고층건물들…
바다에서 바라보는 육지의 모습은 볼수록 멋져보인다.
부산은 ‘배산임수’가 아니라 ‘배산임해’의 형상이 말이다.
‘인간의 무리들이 저렇게 도시를 조성해 살고 있군…’ 후훗;;

그리고
바다 위에 가만히 떠있는 배들…
바다 한 가운데에 가만히 떠 있는 배를 보면 기분이 묘하다.
“저 배, 팔자 늘어지게 좋아 보인다”는 생각도 드는가 하면..
배들이 10척 정도 가만히 떠 있는 걸 보면.. (그렇게 크진 않음)
침략군의 함대가 부산을 위협하고 있는 것처럼도 보인다… ㅡ.ㅡ;

결국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니 태종대에서 너무 멀리 와버렸다.
‘태종대는 포기하자’ ;;;

3. ‘PIFF 전용관 중구 유치를 위한 시민 결의대회’

중구는 극장이 많다. 부산국제영화제도 여기서 하는 것 같은데..
왜 저런 결의대회를 하는 거지?
나중에 물어보니 BEXCO가 있는 동네랑 서로 유치경쟁을 한다고 하더라.

모… 결의대회가 진짜 데모는 아니고…
‘시민 한마당’ 류라고 하면 대충 어울릴 듯.

결의대회 순서를 보니…
통기타 공연, 락밴드 공연 …. 살사댄스….. <초청가수 미나>
마지막에 ‘미나’는 도대체 왜 초청하는지…

2시에 시작한다더니 지금이 2시군…
무대에는 한사람이 일렉기타를 메고서 서있다.
통기타공연이라더니… 쩝.
….
… 참혹했다.
웬만하면 참아주려 했으나….
기타반주를 하다가 노래시작을 까먹기 일수…
삑사리 다반사에
자신없어 기어드는 목소리..
연주도 개판이고..
간주할때만 폼잡고…
간주가 끝나면 거의 노래만 하며..
연주랑 노래랑 같이 하려고 하면 완전히 망가진다.

도대체가….
지역유지들이 만드는 행사라는게… 결국 이모양인가..
근데 내가 여기서 왜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거야.. ;;;
빨리 다른 곳으로…

4. 방황

현재시각 2시 40분.
어딜 갈 것인가…
부산에 왔으면 해운대를 가봐야지.
낙동강 하류에 철새 도래지가 있다던데..
범어사란 절도 꽤 괜찮다던데..
음… 고속버스 타고 오려면 범어사가 낫겠는걸..
(범어사와 고속버스터미널은 역 1개 차이)
다른 데는 너무 왔다갔다 경로가 별로 안좋았다.

근데 여기 ‘금정산성’은 뭐지..
사진이 꽤 멋있는걸.. 산성이 산에 쭈욱 지어져 있는건가…
지하철 옆좌석에 앉은 한 아주머니께 물어봤다.
“금정산성 정말 좋아요. 범어사로 능선따라 넘어가는 길이 너무 좋아요”
그 순간 난 금정산성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근데.. 지금 너무 늦지 않았나? 4시간 정도 걸린텐데..”
마음을 빼앗겨버린 이상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던 나의 대답은
“음…. 그래도 노력해볼게요.. 고맙습니다.”

아마… 부산에 가서 이런 미친 산행을 할 사람은 아무도 없겠죠?
절대 어린이들은 따라하지 마세요.

1호선 온천장역에서 내려 큰 길 맞은편에
(산성)남문 – (산성)동문 – 산성마을까지 가는 좌석버스가 있다. 213번인 듯.
3시 좀 전에 버스에 올라탔지만…
이 버스는 30분 후에야 출발하더군요. ㅡ.ㅡ;
이거 너무 늦어지는 걸.
남문.. 동문을 지나.. 산성마을 종점에 도착.

현재 시각. 3시 50분
등산객들 없나?
등산로는 왜 안보이지?
후회가 일기 시작했다.
맞아.. 아주머니 말을 들을걸..
너무 막나가는 계획이었어… 젠장..

여기서 돌아가야 하는건가?

저기 앉아 있는 아주머니들께 물어보자.
“산성을 좀 보면서 등산을 할 수 있을까요?”
“지금??”
“좀 어렵겠죠?”
“음… 어딜 가고 싶은데?”
“여기 지리 하나도 모르거든요?”
“음.. 그럼 저쪽으로 가면 동문으로 가는 산길이 있어. 동문만 좀 구경하고 등산로 따라 내려가면 한 30분이나 1시간정도면 충분할거야.”
“음.. 근데.. 범어사로 넘어가는 길이 있다던데.”
“그건 지금 좀 힘들제. 비도 올거 같은데”
“네 고맙습니다.”

아 이렇게 허망하게 돌아가야 하는건가…

5. 물위의 금정산

20여분 만에 동문 도착.
동문 앞에서는 엿을 파는 아주머니와
아주머니와 말동무를 하고 있는 아저씨가 있었다.

동문을 통과해면 그냥 내려가는 길.
담배를 피고 내려가려다 ….
한번 더 물어보자!
“이 왼쪽 길은 어디로 가는거죠?”
“범어사로 가는 길이지.”
“지금은 좀 힘들겠죠?”
“왜못가.. 1시간 반이면 금방 갈겨.”
“정말요?”
“그럼.”
“해는 언제 지죠?”
“그건 나도 모르지. 햇님한테 물어봐.” -_-;
“고맙습니다.”

그길로 바로 범어사행!
아저씨 말에 용기를 얻긴 했지만..
이건 뭐 와본적이 있던 산이어야 말이지..
혹시 길이라도 잃으면 하는 불안감도 없지 않아.. ;;;
게다가 비라도 오면…;;;

동행하는 사람도 없으니..
어쨌든 열심히 가자.

– 뒷부분은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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