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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는 나의 힘’, 불쌍한 종족 남성들이여

(방금 쓴 글 지워졌다.. ㅠ.ㅠ 그냥 짧게 써야지)

정양 : 지리멸렬한 일상을 영화에서까지 확인한다는 건 괴로운 일.

홍상수의 시니컬한 유머를 기대했다. 그러나, 박찬옥은 달랐다. 일상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는 비슷했지만, 시선의 온도가 달랐다. 홍상수는 차갑고 조롱기 가득한 시선이었다면, 박찬옥은 따뜻하고 ‘연민’과 비슷한 시선으로 주인공을 바라보는 듯했다.

애인을 유부남 윤식(문성근)에게 빼앗겼던 원상(박해일). 복수를 하려는지 뭘하려는지 윤식이 편집장으로 있는 잡지사에 입사한다. 거기다, 수의사이자 사진작가를 겸하는 성연(배종옥)에 대한 선수(?)도 윤식에게 놓치고 만다.

포인트가 뭘까.. 사람마다 무척 다르게 본다고 하는데.. 나는 ‘관계를 맺으려 하기보단 소유하려고만 하는’ 원상의 욕망에 대한 조롱이 아니었을까 한다.

원상은 관계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자기 혼자 심각한 척 다하며 대화를 닫아 버린다. 관계 속에서 대화하지 않는다. 성연을 빼앗겼다는 상처에 대해 자기 혼자서 가슴앓이 하다가 하숙집 딸을 따먹는(이 표현이 가장 적당할 것 같다) 것으로 분풀이를 하고 만다. 정사장면을 잡은 카메라의 시선은 잔인했다. 카메라에 잡힌 원상은 너무나 추해보였다.

그는 관계의 당사자와 대화하지 않는다. 그는 오히려 적일 수 있는 윤식과는 대화한다. 윤식과의 대화 속에서 여성들은 대상화되고, 그는 죄를 씻는다.
“결혼하면 어떨까요?”
“누구랑?”
“하숙집 딸이요”
“사랑해?”
“아니요”
“그럼 관둬”
“명쾌하시군요.”
윤식의 명쾌한 대답에 원상의 죄는 사라진다. 당사자에게는 아무 말도 못하면서, 윤식의 말에 희망을 얻는 원상은 분명 이 사회의 평범한 모든 남성이다.

박찬옥은 이런 원상과 윤식을 시니컬하게 바라보기보단 ‘불쌍한’ 듯 바라본다. 홍상수보다 좀더 ‘진지하다’. 그래서 그런지 난 웃을 수 없었다. 나도 ‘불쌍한 종족’ 중의 한 명이기 때문에…

———-
추가>
원상은 ‘관계’의 문제를 자꾸만 ‘능력’의 문제로 환원시킨다.
“그 사람과 저는 게임이 안되요.”
성연은 듣는 사람으로서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자기를 두고 게임을 하고 있다니… 성연은 어떤 관계를 맺을까 고민하며 말을 되받지만, 원상은 대화하지 못한다. 그는 단지 자기의 능력탓만을 하며 자기가 넘볼 수 있는 누군가만을 찾아 헤맬 것이다. 윤상을 따라…

ps) 제대로 본 건지… 솔직히 그렇게 재밌진 않았다.. -_-; 영화 외적 요인 탓도 있겠지만 말이다. 놓친 대사나 디테일한 묘사가 꽤 있는 것 같은데, 다시 보고 싶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쩝

“‘질투는 나의 힘’, 불쌍한 종족 남성들이여”의 3개의 댓글

  1. 이 영화보고 정리가 잘 안됐었는데 나름대로 포인트가 잘 잡힌 감상같소. 원상과 윤식의 회합은 정말이지 웃을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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