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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노조의 파업은 사회악인가?

철도파업이 종료되었지만…
요즘 파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엄청 싸늘하다.
언제는 안 싸늘했냐마는… –.–;

송내에 있는 과외집에 가려면 지하철 1호선을 타야 한다.
며칠전 과외를 갈 때에는, 철도노조의 파업 탓에 1호선 열차가 평소의 반밖에 다니지 않았다. 신도림역에 도착한 열차에 가까스로 내 몸을 구겨넣고서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승객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짜증스런 얼굴을 하고 있었고, 평소보다 싸움도 잦았다. “지네 밥줄 지키려고 왜 우리 서민을 못살게 굴어!”라고 한 번 큰소리쳐보는 어떤 아저씨..씁쓸…

송내에서 돌아오는 열차는 사람이 그다지 없었다. 그러나 술취한 이상한 아저씨.
“죽여버려야돼!! 도대체 얼마를 받아처먹으려는거야? 3000천만원 받으면 됐지. 1억을 받겠다는 거야.. 이새끼들 다 죽여버려야 되는데. 전두환 때 같았으면 다 사형이었어. 쒸펄…”
이 술취한 아저씨는 그 짧은 레파토리를 송내에서 신도림까지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_-;
뭐.. 이 사람이야 술취한 사람이니까 할 수도 있지만….

‘지금 파업을 벌이고 있는 대기업, 혹은 공기업 노동자들이 전체 노동자들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위치이며 이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과격한 싸움을 벌인다’는 비난이 그 사람만의 술주정처럼 들리진 않았다.

노조에서 요구조건을 ‘민영화반대’ 또는 ‘안전운행을 위한 2인승무제’를 내걸더라도 그것을 있는 그대로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노무현이 5월 1일 100분토론에서 얼굴을 붉히며 말했던 것처럼 말이다.
“대기업의 노조도 문제다. 길거리로 나올 때는 비정규직 문제를 들고 나오지만 실제 협상의 테이블에서는 비정규직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했는지 양심에 손을 얹고 한번 생각해 보라고 하고 싶다. 중소기업과의 임금격차도 신경을 써야 한다”
사실 정부가 비정규직을 위해서 또는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이말은 국민들의 정서를 쉽게 파고든다. 국민들은 대기업 노조의 투쟁을 일단 아니꼽게 보기 시작하고 ‘암만 그래봐야 자기네 임금 올리려는 거 아니겠어?’라는 의심부터 한다.

불신이란 세상에서 가장 무섭다. 왜냐고? 어떤 논리적 설득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노조가 이러저러한 사회적 정의를 요구하고 있다고 암만 강변해봐야 ‘거짓말이야’라고 대답하는 국민들을 어찌 설득할 수 있단 말인가. 내 생각에 국민들의 불신은 공권력의 어떠한 가혹한 폭력보다도 무서운 일이 아닐까 한다.

도대체 이런 불신이 왜 생겼을까?

첫째 요인은 뭐니뭐니해도 90년대 중반 이후의 임금소득 양극화이다.

IMF 이후 대기업 노동자와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의 임금격차는 과거에 비해 상당히 벌어졌다. 먼저 격차의 현실을 보자. 2002년 통계에 따르면 5인 이상 사업장 전체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은 월 194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대기업 노동자들만 보면 271만원, 10인 이하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146만원 선이다. 한달 월급에서 125만원의 차이가 나는 것이다. 또 94년에는 36만원의 차이가 나던 대기업과 10-29인 사업장 노동자들의 임금격차는 2002년에는 101만원으로 세배 이상 벌어졌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더라도 가히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그나마 이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묶어서 낸 통계이다.
통계청 수준의 엄밀함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한국노동연구원은 ‘비정규직 근로실태조사’에서 2002년 비정규직 월임금을 평균 94만원이라고 밝혔다. 대기업 정규직의 271만원과 비교하면 불과 35% 수준이다.
90년대 중반까지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은 대기업 노조가 임금인상을 치고 나가면, 중소규모 사업장이 사회적 평균임금을 쫒아가는 모습을 띠어왔다. 따라서 대규모 사업장의 임금인상투쟁은 한 해의 임금인상률을 정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90년대 후반부터는 대기업 노조의 임금인상이 영세규모 사업장의 노동자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노동자들 내부의 양극화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노조라는 방어벽이 있는 대기업노동자들이 어찌 부럽지 않겠는가. 이런 감정을 전문용어로 ‘질투심’이라고 하죠. -_-;
그러나 참 이상한 건, 자신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보호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자신들의 노조가 없기 때문일텐데.. 왜 이것을 노조가 있는 노동자들에게 화풀이하는 것일까…. ‘부러움’과 ‘질투심’을 넘어선 공격적인 요소가 좀 더 있는 듯.

둘째 요인은 대기업노조 내부의 한계일 것이다.

그동안의 대기업노조가 보여온 모습에 대한 기억 때문이 아닐까? ‘밥.꽃.양’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보여준 모습(아직 못봤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이러한 점 때문에 노무현이 대기업노조에 “비정규직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지 양심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고 할 때마다 뜨끔하는 것이 사실이다.

노무현이 이 말을 할 때면, 정부가 민주노총보다도 ‘비정규직’을 더 끔찍히 위하는 것처럼 보인다. –;
그러나, 정규직과 대기업의 노조가 투쟁을 열심히 안하면 정부가 비정규직을 줄여주기라도 하겠단 말인가. 비정규직 노조 하나 만들어서 투쟁하려 하면 시작부터 씨를 말려버린 게 지난 정권의 모습이었다. 정규직노조와 대기업노조가 비난받을 일이 있다면, 이러한 정부의 몹쓸 공격에 함께 방어해주지 않은 일일 것이며, 열심히 함께 투쟁해주지 않은 일일 것이다. 정부가 말하는 것처럼 ‘대기업노조와 정규직노조가 맨날 파업만 한 것’은 문제가 아니다!
실제 파업을 제대로 한적이 있기라도 했단 말인가… –;

좀 사설이 길었다. 정부의 교언영색이 더 열받는다는 필자의 짜증 섞인 사설이었고… 어쨌든간에 국민들의 인식은 ‘정부도 나쁘지만 노조도 마찬가지’ 또는 ‘노조라고 해서 서민의 삶에 관심이 있지는 않다’ 정도인 듯..

일단, 기존 노조들은 신뢰를 얻기 위해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바뀌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 같다. 비정규직들에 대해 같은 노동자로서 노동조합의 일원으로 인정하고, 함께 투쟁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정직하고 솔직한 모습이 필요할 때인 것 같다. 괜한 허세나 약삭빠름은 해가 될 것이다.

<보론>

대기업노조는 좀더 솔직한 모습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그와 더불어 대기업노조에 불평만 하는 노동자서민(?)도 바뀌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노조는 단지 대중조직일 뿐이며 대기업노동자도 그냥 일반대중일 뿐이다. 하나의 정치적 지향을 실현하기 위해 움직이는 투사들이 아니다. 따라서 대기업노동자들이라고 해서 그들에게 너무 높은 수준의 도덕률을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나는 뭔가 숭고한 정신과 정의로운 투쟁만이 사회진보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대기업노조의 투쟁은 그나름의 의의만을 인정하면 된다. 노동자의 이해를 넘어서는 황당한 요구의 경우 – 예를 들어 합병시 합병은행의 이름을 ‘조흥은행’으로 해달라거나 ‘신한은행’으로 해달라는 등의 – 를 제외한다면 대기업 노동자도 노동력을 팔고 임금을 받는 노동자로서 그들의 투쟁은 일반적인 의의만을 가질 뿐이다.

자기 스스로는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그들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그들이 숭고한 투쟁을 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자기문제에 대해 자기 스스로 투쟁하지 않고서 바뀌는 것은 없다.
10%대의 노조조직률은 너무 부끄러운 수치다. 이 부끄러운 수치가 단지 민주노총 활동가들의 노력부족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ps)

민주시민으로서 철도노조의 요구안을 알아보는 것이 예의 아닐까.. –;

[자료]철도노조 요구안

노동과 세계  제248호

1) 날치기 철도구조개혁법안 입법 중단과 7-8월 노정협상과 사회적 합의를 통한 철도개혁법
입법
– 4·20 노정합의를 부정하는 일방적인 입법 중단
– 철도노조 등 이해당사자와의 충분한 논의, 공청회 등 사회적 합의를 반영하여 새로운
철도개혁법 입법
▲ 4·20 노정합의 : ‘철도개혁은 철도노조 등 이해 당사자와의 충분한 논의와 공청회 등
사회적 합의를 거쳐 추진한다’

2) 4·20 노정합의 파기 책임자 처벌  
– 철도개혁은 노정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함. 그러나 일방적으로 4·20노정 합의를
파기하여 대립을 조장하고 철도개혁을 가로막은 책임자 처벌
▲ 철도개혁을 위한 노동조합의 일정(03년 5월30일 정기대의원대회 결정사항)  
철도개혁 요구안 마련 -> 6월말 조합원 총투표 실시 ->7, 8월 대정부 교섭진행 ->
9월 노정 합의안 도출, 사회적 합의 추진 -> 입법완료
▲ 철도개혁이라는 대 전제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합의 파기와 일방적 법안 추진이
철도노동자를 파업으로 내몰고 있음.

3) 4·20 노정합의에 의한 공공철도로의 개혁 추진  
(1) 공공서비스 국가부담(PSO) 원칙과 적자노선 폐지 시 주민동의
– 공익서비스 제공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서비스를 직접요구한 자’가 부담하라는 것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부 역할을 포기하는 것임
  (법안에 의하면 열차요금에 대한 노인이나 장애인 할인을 요구하는 시민단체가 있다면 이
단체가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는 사회적 약자 보호와 사회통합이라는 정부의 책임을
포기하는 것임)
– 공익서비스에 대한 원인제공자 원칙의 폐지와 국가 책임 원칙의 확립이 필요함.  
– 적자노선은 공익적 서비스와 지역사회의 균등발정이라는 측면에서 정부의 역할이
강조되어야 할 부분임. ‘지방자치단체에 그 책임을 떠넘기고 지방자치단체가 그 부담을
책임질 수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일방적으로 노선을 폐지하도록 한 것은 국토의 균형적인
발전이라는 국가적 원칙을 훼손 임.
– 적자노선의 공공성이 인정될 경우 정부 책임 명시
– 적자노선 폐지에 대한 주민 동의 절차 명시
(2) 특별법 적용과 운영체제 개혁
– 공기업의 관료주의와 획일적인 정부통제를 벗어나는 운영체제의 개혁이 필요함.
– 철도서비스 생산자 대표인 철도노조와 철도서비스 이용자를 대표하는 시민단체 등이
이사회에 참여하는 공공철도이사회 도입
(3) 고속철도 건설부채 정부인수
– 철도시설은 국가소유이므로 고속철도건설부채는 정부인수해야 함. 단 차량 등 운영관련
부채는 공사가 담당함
– 고속철도 건설부채 공단 이관시 시설사용료를 통해 공사로 전가되어 철도차량과 서비스
향상을 위한 투자가 어렵고 철도요금 인상이 불가피 함.
(4) 개량과 운영의 통합
– 열차안전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며, 분리할 경우 열차안전에 위협이 되는 개량부분을
운영부분과 통합

4) 철도노동자 연금 및 퇴직금 불이익 방지와 동종업체 수준의 노동조건 보장    
– 철도직원들의 퇴직급여 처리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을 대해 인정하고 ‘철도노조가
특혜를 요구한 것처럼 왜곡 선전한 것’에 대해 사과할 것.
– 철도직원들의 퇴직급여에 대한 구체적인 불이익 산출 자료 제시
– 퇴직급여의 불이익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 제시
– 장시간 노동의 철폐와 동종업종 수준의 근무조건 및 임금 보장
– 변형없는 3조2교대 도입(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2.27합의 이행)
– 동종업종 수준의 승무시간 단축(휴일보장에 대한 2.27, 4.20합의 이행)
– 기타 2.27합의와 4.20합의의 성실한 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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