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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대표 축소 ‘야합’ 너무한다

정개특위에서 지난 9일 전체의원 동결, 지역구 10여명 증가, 비례대표 10여명 축소를 잠정 합의했다. 지역구 늘리고 전국구 의원수 줄이는게 뭐가 그리 개악이냐 싶겠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지난 2000년 총선까지는 1인1표라서, 사람에게 찍은 표가 그대로 그 후보의 정당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고, 그렇게 해석된 정당지지율을 기준으로 전국구 의원이 뽑혀왔다.
이것은 지지의사를 왜곡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생각해도, 사람에 대한 지지와 정당에 대한 지지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어떤 한 정당을 지지하더라도 ‘당선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그 후보에게 표를 던지지 못하고 차악을 선택하는 경우가 무척 많지 않았는가.

결국 이러한 제도는 지난 2001년 7월 19일 위헌판결이 났다. 그렇게 해서 도입된 것이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이다. 이제 1표는 사람에게, 다른 1표는 정당에 찍을 수 있게 되었다. 이거 지난 2002년 6.13 지방선거 때 해봤을거다. 그때 민주노동당은 전국적으로 8.13%라는 정당지지를 받았고, 도별로 1명정도씩 광역의원에 당선되었다.

이러한 비례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사표심리를 없애주고, 그렇기에 유권자들의 대표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정책차별없는 선거를 정당간의 정책대결의 장으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기에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정개협에서도 비례대표 100석으로의 확대를 정치권에 요구했다. 그러나 보수정당들의 협의기구인 ‘정개특위’는 역시나.. 젠장..

비례대표를 늘리기는커녕 줄이고 지역구를 늘린댄다.

한나라당, 자민련, 민주당이 그러는 건 너무나 뻔히 이해가 된다. 지역주의에 편승해 자기 지역구 착실히 챙겨먹겠다는 거 아니겠는가. 헌데, 열린우리당은 도대체 뭔가. 그동안 시민단체들과 민주노동당이 주장한 정개협안을 받아서 밀어붙이기는커녕, ‘중대선거구제’라는 꼼수를 써서 물을 흐리기만 하지 않았나..

자기네들이 2등하는 지역구가 엄청 많았걸랑. -_-;;
선거를 정책대결의 장으로 만들자더니 내놓은 안이 ‘중대선거구제’안이라니.. 미칠 노릇이다. 이런 명분도 잘 안서는 ‘중대선거구제안’을 들고서 개혁이랍시고 밀어붙였으니 뭐가 될리가 있나. 결국 이도저도 안되고선 비례대표 축소에 잠정 합의나 해주고 말았구나.. 유시민 이 아저씨 정말 안되겠어…

시민단체들과 함께 비례대표라도 좀 늘리는데 힘좀 썼으면 그나마 지들한테 유리했을걸… 꼼수 쓰다가 완전히 망쳐놓은 꼴이다. 이러고도 개혁세력이냐! 이러고도 정책정당이냐!!

이놈들, 정말 너무하는거 아냐!!

“비례대표 축소 ‘야합’ 너무한다”의 1개의 댓글

  1. 왜 비례대표인가? (장상환씨 글 참조했음)

    첫째, 민주적이다. 단순다수 단일투표제는 승자 독식 (winner-take-all) 투표제도(voting system)이다. 단순다수 단일투표제의 경우 제3당이 10%를 득표해도 의회에 한 석도 못가질 수 있다. 반면 비례대표제의 경우는 사표(死票)를 막아준다.

    둘째, 유권자의 대표성을 높일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있더라도 당선가능성이 낮으면 투표를 하지 않는다. 어디에 하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면 적어도 정당투표에 관해서는 사표가 없다. 따라서, 유권자들이 자신이 선호하는 정당에 자신있게 투표할 수 있다. 유럽 각국의 경우 투표율이 70-90%에 달하는 이유는 이때문이다. 한편 사회적 소수자에게도 자신의 대표를 의회에 보낼 수 있는 제도가 된다.

    셋째, 정치적 다양성을 보장해준다. 단순다수투표제의 경우 일반적으로 정착하게 되는 양당제의 경우 정치적으로 중간에 있는 유권자에게 접근해야만 당선되기 때문에 양당 간의 차이가 적어진다. 일당독재가 시장에서 완전 독점이라면 양당제는 복점이다. 복점이지만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정당 간에 이념과 정책이 별 차이가 없어진다. 미국의 노엄 촘스키 교수는 미국에 공화당과 민주당이 있지만 실제로는 일당독재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주요 보수정당들이 지역기반이 다를 뿐 이념과 정책에서는 차이가 별로 없다.

    넷째, 비례대표제는 독재자의 출현을 막는데 유리하다. 미국의 경우도 단순다수 단일투표제의 경우 예컨대 미국에서 36%만 투표했고, 그 중 평균 55% 정도의 지지를 받아서 당선되는 경우 실제로는 국민의 20%의 지지만 얻으면 합법적으로 절대권력을 장악할 수 있다. 부시의 제국주의적이고 호전적인 권력행사도 단순다수대표제로 인해 소수 유권자의 지지를 받아 공화당이 다수 의석을 장악한 결과 의회에서 견제당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유럽 각국에서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것은 히틀러같은 극우정당이 소수의 지지를 받아 집권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도 작용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 없다. 민주적인 이해관계 조절이 정치 지도자의 일이다. 비례대표제를 통해 의회가 정치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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