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학기 고전스터디에서는 톰 치버스의 『모든 것은 예측 가능하다』 (김영사, 2025)를 함께 읽고 토론했다. 이 책은 베이즈주의를 전도하는 책으로, 베이즈주의란 확률을 빈도 대신 합리적 믿음의 정도로 이해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에 따르면 확률은 앞서 설정했던 확률(사전확률)을 새로운 증거에 기초해 베이즈 정리를 따라 갱신한 결과(사후확률)이다.

책의 1장에서는 베이즈주의의 역사를 소개하고, 2장에서는 심리학계의 재현성 위기(replication crisis)를 출발점 삼아 빈도주의 통계학과 베이즈주의 통계학을 비교 평가한다. 3장에서는 베이즈주의 지식 이론과 결정 이론을 소개한 후, 4장에서는 실제 인간의 추론이 베이즈주의를 따르지 않는다는 심리학 연구 결과들에 맞서, 베이즈를 따를수록 더 나은 예측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마지막으로 5장에서는 요즘 급부상하고 있는 “베이즈 뇌” 가설을 소개한다. 이 가설에 따르면, 증거에 기초하여 확률을 갱신하는 베이즈주의처럼, 우리의 뇌는 세계에 대한 모델을 만들고, 감각 신호를 토대로 모델을 끊임없이 갱신하며, 우리가 실제로 지각하는 것은 우리의 뇌가 추측하는 세계에 대한 모델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러한 베이즈 뇌 가설은 착시, 우울증, 조현병 등 다양한 현상들을 설명할 수 있다.
베이즈주의를 소개하고 옹호하는 책이지만, 베이즈주의의 엄밀한 과정은 많은 부분 생략되어 있다. 또한 사례는 많이 등장하지만, 베이즈주의를 이미 숙지하고 있는 사람의 가이드 없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편이다. 초반부의 사례들(예 : 당구공 사례)이 그렇다는 점은 특히 아쉬운 점이다. (물론 확률밀도를 다루어야 하는 사례라, 대중서에서 이만큼이라도 전달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란 건 충분히 이해한다.) 따라서 베이즈주의 입증 이론이나 의사결정 이론을 독학을 통해 습득하고자 사람에게는 이 책을 추천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베이즈주의와 얽힌 과학적, 철학적 논쟁들과 베이즈주의가 가진 장점과 잠재력을 폭넓게 소개하고 있기에, “도대체 베이즈주의란 걸 내가 왜 알아야 할까?”라는 질문을 가진 사람에게는 시야를 넓혀줄 수 있다.
아래는 스터디에 참여한 학생들의 서평인데, 학생들은 베이즈 뇌 가설을 소개하는 5장을 가장 인상깊게 읽은 듯하다.
이유준(24학번)
이번 학기에 고전스터디를 통해 톰 치버스의 『모든 것은 예측 가능하다』를 읽게 되었다. 처음에 제목을 봤을 때는 ‘이 책을 읽으면 세상을 예측할 수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표지에 나와있는 베이즈 정리는 도대체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1장을 들어가면서 읽기 전에 궁금했던 베이즈 정리가 무엇이고 어떤 내용을 다루는 바로 알 수 있었다. 베이즈 정리가 누가 만들었고, 어떻게 하다가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와 관련된 베이즈주의가 어떤 과정으로 발전되고 지금까지 왔는지 알 수 있었다. 이 1장의 내용과 들어가는 글 내용을 읽고 나니 확실히 이 책이 어떤 내용을 다루는지 아는 것과 동시에 베이즈 정리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그리고 스터디를 하면서 교수님께서 가르쳐주신 베이즈 정리에 대한 내용을 들으면서 2년 전에 고등학교때 배웠던 확률과 통계랑 비슷해서 상당히 재밌었다.
2장을 들어가면서 과학에서 베이즈주의에 관련된 논쟁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이 부분의 내용을 읽으면서 가설이라는 것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논문이 철회되고 받아들여지는 여러 논쟁들이 흥미로웠다. 특히 초능력 부분에서 빈도주의자와 베이즈주의자간의 논쟁은 정말로 흥미진진했다. 베이즈주의에서는 사전확률을 다루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것을 또 빈도주의자는 주어진 증거에 더 집중을 한다고 말하는 이러한 싸움은 베이즈 정리에 더욱 빠질 수 있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이 든다.
3장, 4장을 읽으면서는 마치 이 책이 교양 서적이 아닌 새로운 베이즈 신도자를 만드는 하나의 교주라고 느낄 정도로 우리 주변의 다양한 곳에서 베이즈 정리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스터디를 하면서 이야기가 나왔지만 저자가 계속 베이즈주의자로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4장에서 웨이슨 선택 과제를 직접해 보았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로 다시 제시했을때 바로 정답을 맞추는 경험을 하니 바로 이해가 될 수 있었다. 이러한 내용을 사진을 직접 보여주는 것은 독자가 읽을 때 좀 더 지루하지 않고 재밌게 읽어나갈 수 있는 부분이였다고 생각이 든다. 거기에 더해 몬티의 난감한 거래도 이와 마찬가지로 나의 생각과 다르게 답이 나오고 이를 통해서 이해를 할 수 있어서 아주 흥미로웠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 인간의 뇌와 베이즈주의를 다루는데, 여기서 진정한 베이즈주의에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네커 입방체’과 체스판의 그림자, 흑백 소 그림 그리고 THE&CAT의 해석 등 우리가 평소에 인터넷에서 신기한 현상이라고 접할 수 있는 부분이 베이즈적인 작용인 것을 아니 세상이 새롭게 보였다.

뒷 부분에서는 베이즈주의를 조현병에 적용하였는데, 수업에서 배웠던 생물학적인 관점이 아닌 베이즈 관점으로 보았을때 그저 주변 환경으로부터의 사전확률이 낮은 사람인 것이 무척 신기했다. 그리고 여기서 더해 우울증도 이러한 베이즈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했을 때 심리학에서 배웠던 로저스의 인본주의가 떠올랐다. 로저스의 인본주의에서 인간에게 모두 잠재력이 있다고 본 것처럼 베이즈주의도 일반인과 우울증, 조현병 환자가 ‘사전확률’에서만 다를 뿐 큰 차이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이 책을 다 읽으면서 그리고 스터디를 마치면서 시작하기 전과 다르게 하나도 몰랐던 베이즈주의에 대해 흥미를 느끼고 빠져있는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스터디를 성실히 참여를 못했던 부분에서 죄송하고 아쉬운 부분도 많았다.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다같이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을 통해 다른 책을 찾아 읽고 싶다는 동기를 만들어주었고, 종강을 하고 시험이 끝나게 되면 여유로운 방학동안 이번 스터디를 통해 관심이 생긴 것과 관련된 책을 읽어봐야겠다.
안송현(24학번)
이 책은 제가 베이즈주의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알고 싶어서 정동욱 교수님에게 신청하였습니다. 정동욱 교수님은 그러하여 베이즈주의가 무엇인지 어떻게 적용 하는지에 대한 베이즈주의의 입문서 책을 선정하여 저희는 고전스터디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 『모든 것은 예측 가능하다』은 저자 톰 치버스의 책으로 베이즈주의 입문서와 같은 책이다. 책의 설명 글에서 “베이즈 정리로 알아보는 예측의 과학, 수학 지식 없이도 이해하는 빅데이터 시대의 필수 교양”이라고 써져있다. 이걸 보면 베이즈 정리의 입문서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래서 베이즈주의, 베이즈 정리가 무엇이며 이 책의 주제는 무엇인가 했을 때 저자 톰 치버스는 “삶을 게임에 비유하자면 체스가 아닌 포커다. 체스는 완벽한 정보가 주어지며 원칙적으로 ‘해법’이 있지만, 포커를 칠 때는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최선의 결정을 내리려고 노력할 뿐이다. 그것을 가능케 해주는 공식이 바로 이 책의 주제다.” 라고 말한다. 그리고 베이즈 정리는 확률을 나타낸다. 확률이란 우리가 가진 증거에 비추어 어떤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느냐 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조건부확률의 한 형태를 나타내고 있다. 베이즈 정리도 그런 조건부확률에 대한 것인데, 한 발 더 깊이 들어간다. 공식의 의미를 풀어 말하면 다음과 같은데. 사건B가 일어났을 때 사건 A가 일어날 확률은 A가 일어났을 때 B가 일어날 확률에 A자체의 확률을 곱하고 B자체의 확률로 나눈 것과 같다.

베이즈주의는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이론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거의’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고는 할 수 있다. 일단 베이즈적 시각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모든 곳에서 베이즈 정리가 보인다. 톰 치버스는 이 책을 그러하여 독자의 눈을 베이즈 시각으로 눈을 틔워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위와 같이 베이즈주의, 베이즈 정리에 간략한 소개를 하고 나는 이 책을 보고 난 후 톰 치버스의 목적이 이루어 졌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장 주의 깊게 읽으며 관심이 갔던 부분이 있다. 이걸 소개해보면, 베이즈 우울증 모델의 설명에 따르면 우울증은 부정적인 믿음의 사전확률이 지나치게 강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한다. 부정적인 믿음의 예로는 자기가 나쁜 사람이라거나 무력하다거나 모든 것이 엉망이라는 것 등이 있다. 우울증의 원인도 그런 것일 수 있다. 이를테면 ‘나는 형편없는 사람이고 다들 나를 싫어한다’ 같은 참되지 않은 믿음의 사전확률이 지나치게 높은 상태다. 이렇게 베이즈 우울증 모델의 설명을 써보았다. 우울증은 우리 지금 현대 사회에 젊은 사람이 많이 가지고 있는 정신질환이라고 알고 있다. 이 우울증이 참되지 않은 믿음의 사전확률이 지나치게 높은 상태인걸 알려준다면, 또 베이즈 적으로 설명 가능하여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현대 사회의 고질병을 좀 완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이 구절을 유심히 보고 관심이 많이 갔던 거 같다.
정동욱 교수님과 고전스터디를 하며 이번에는 많은 것을 배운 것 같다. 수학적 지식이 얇은 나로써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정동욱 교수님의 설명과 스터디를 듣는 대학원생 천시은 선생님과 학부생 김윤하형 학부생 이유준 과 같이 노력을 하여 이해를 했다. 이 『모든 것은 예측 가능하다』를 읽으며 베이즈주의적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구나 느꼈으며 베이즈 정리의 개념과 논쟁점, 철학적 의미 등을 경쾌하게 풀어내어, 세상을 보다 합리적으로 보게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책 구절을 빌려 말하자면, 한 마디로 ‘참’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믿음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신뢰해야 할 믿음이다.
김윤하(22학번)
톰 치버스의 『모든 것은 예측 가능하다』는 복잡하고 불확실한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도구인 ‘예측’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하는 책이다. 저자는 과학 저널리스트로서의 명확하고 친절한 설명으로, 통계학, 확률, 머신러닝, 베이지안 추론 등 현대 예측 모델의 핵심 개념들을 실제 사례와 함께 풀어낸다. 단순한 기술서가 아니라, 예측이라는 도구가 인간의 사고방식과 사회 전체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에 대한 철학적 성찰까지 담고 있다는 점에서 깊이가 있다.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얼마나 자주, 무의식적으로 예측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다양한 분야에서 보여준다. 예컨대 날씨 예보, 스포츠 승부 예측, 주식 시장, 범죄 예방, 심지어는 전염병 확산 예측에 이르기까지, 세상은 점점 ‘알고리즘의 눈’을 통해 재구성되고 있다. 저자는 특히 베이즈 추론을 중심으로 한 현대 예측 모델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그 예측이 인간의 가치 판단이나 윤리, 감정까지 대체할 수 있는지는 분명히 선을 긋는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이 단순히 “예측이 대단하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치버스는 예측의 한계, 오차 가능성, 인간의 편향이 어떻게 알고리즘에 영향을 미치는지 냉정하게 짚어낸다. 우리는 ‘정확도 90%’라는 수치에 쉽게 매혹되지만, 그 속에 어떤 데이터가 쓰였는지, 어떤 가정 위에 세워졌는지를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AI나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범람하는 시대에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경고로도 읽힌다.
결국 이 책은 단지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하다’는 선언이 아니라, ‘우리는 어떻게 불확실성 속에서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탐구이다. 철학을 전공한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 책은 기술적 담론에 철학적 깊이를 더하고, 통계와 알고리즘을 인간적 통찰로 엮어내는 훌륭한 시도였다. 예측 가능한 세계가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세상으로 향할 수 있을지는 결국, 그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사용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흥미로웠던 것은 인간의 인지적 한계를 보여주는 ‘착시현상’에 대한 설명이었다. 우리는 보통 착시를 시각적인 오류로만 생각하지만, 이 책에서는 우리의 뇌는 불완전한 정보를 담아내는 것을 기피하기에 최대한 어떤 것이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결과인지에 대해 예측하는 베이즈 사고랑 다를바가 없다는 것에 대해 신성한 충격을 받았다. 특히 체커 그림자 그림에서 나오는 체스판에 등장하는 A와 B의 칸 색깔은 서로 같은데도 불구하고 실제로 우리의 반응은 다르게 보인다고 반응하니 말이다.

예측은 불확실성을 없애는 도구가 아니라, 불확실성 속에서도 합리적으로 사고하려는 노력임을 일깨운다. 특히 내가 흥미로웠던 착시현상의 사례처럼, 인간이 가진 직관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것을 보완하려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은 철학을 전공한 나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왜냐하면 여기서 다루는 예측, 데이터, 착각, 오류의 문제들은 결국 ‘인간이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는가’라는 오래된 철학적 질문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데이터는 새로운 권력이며, 예측은 새로운 통찰의 도구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데이터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반드시 한 번은 읽어야 할 철학적 안내서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하다’는 이 도발적인 선언은, 결국 우리가 더 나은 판단을 하기 위한 겸손한 첫걸음이 될 수 있음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천시은(대학원 25학번)
이 얼마나 파격적인 제목인가. “모든 것은 예측 가능” 하다니. 이걸 읽으면 세상 사는 게 조금은 편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그러나 목차를 지나 딱 한 장 뒤, 숫자와 기호, 수식이 나를 반겼다. 아, 역시 수학이구나. 과학철학 책을 읽으며 베이즈 정리의 수식을 맛본 바 있지만 덜컥 겁부터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오랜 세월 숫자를 멀리하며 살았던 버릇은 이대로 책을 덮어버릴까 고민하게끔 만들었다. 조금 다른 얘기를 곁들이자면, 수학과 과학이라는 소위 이과 학문은 쳐다도 안 보고 살았던 내가 불쑥 과학철학을 전공으로 삼은 것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 대담하고 용감한 일이었다. 그래, 그런 용기 있는 선택을 한 대가로써 이 확률 책—교양서에 불과하지만—을 읽어야 하는 것은 내가 넘어야 할 또 다른 작은 언덕이었다.
그렇게 마음을 다 잡고 읽어 내려간 책은 생각보다도 더 많은 숫자의 향연이었지만 상당히 흥미로웠다. 세상을 이런 방식으로 바라볼 수도 있구나 하면서 또 다른 눈이 트이는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베이즈주의와 빈도주의의 전쟁, 과학이라는 학문에서의 다양한 활용, 결정이론과 일상에서의 베이즈, 그리고 그러한 시선으로 바라본 인간 뇌까지, 우리에게 베이즈는 먼 곳에 있는 게 아니었다.
베이즈정리의 매력을 꼽자면 빈도주의와 달리 ‘이런 데이터가 나왔을 때 가설이 옳을 가능성이 얼마인가?’를 묻는다는 것이다. 이 방식은 ‘주어진 가설이 옳을 때 이런 데이터가 나올 가능성’을 묻는 빈도주의의 방식보다 더 타당해 보인다. 가설에 대한 질문은 애초에 그런 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맞다. 즉 가설을 기준으로 데이터가 나올 확률을 묻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기준으로 가설을 평가해야 한다. 질문의 초점을 어디에 맞추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기 마련이다. 적어도 나의 직관은, 무언가에 대해 고민할 때 ‘가설이 맞다면’을 가정하는 방법이 아니라 ‘가설이 맞을까?’를 직접적으로 묻는 것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이 책을 읽으면서 특히 좋았던 점은—아이러니하게도 숫자와 기호들의 향연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첫 마음과는 달리—세상을 수치와 기호로 환원해 바라보는 그 태도였다. 요즘은 종종 너무나 ‘인간’적인 이 인문학에 종종 피로를 느낄 때도 있다. 수학과 확률에서는 인간다움을 찾을 필요가 없다. 수치와 기호로 모든 세상을 환원하여 설명하는, 그러니까 ‘인간미’가 전혀 없다는 것이 수학, 과학, 논리학 등의 매력이라고 느끼곤 한다. 철학 책은 결국 그 책을 쓴 인간에 대해 읽는 것과 마찬가지다. 너무 많은 관념과 가치, 정신들에 지쳤을 때 나는 이 책으로 위로 받았다. 이처럼 딱딱하고 실용적인 학문이라니! 그 누구도 권리를 부여하지 않았음에도 뻔뻔하게 당위를 말하는 위선 없이, 세상을 수식으로만 파악하는 학문! 그러나 저자 특유의 유머러스한 문체 그리고 베이즈정리를 찬양하는 그 편향된 저술 방식에서 톰 치버스라는 ‘인간’을 다시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몇몇 철학자들이 그랬듯 과학, 수학 같이 명백한 사실만 있을 것 같은 그 학문에도 뒤편에는 결국 인간이 있다.
그래서 나 스스로를 베이즈주의자냐고 묻는다면, 아직 이 책 한 권으로 그들에게 완전히 포섭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베이즈주의자들이라는 그 공동체, 이상한 노래를 부르는 문화 속에서 박수 정도 쳐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다. 굿즈들이 조금 탐나기도 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