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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홈페이지 서버 블루스크린

8월 마지막주 월요일, 연구실 컴퓨터 화면에 블루스크린이 떴다. 다시 켜보니 정상적으로 부팅이 되는 것 같더니, 부팅된 지 5분 이내에 새로운 에러메시지와 함께 블루스크린이 떴다. 재부팅을 여러 차례 해봐도 마찬가지였다.

컴퓨터를 초기화하거나 부품을 교체해야 해결될 것 같은 심각한 상황이었다. 연구나 강의에 필요한 자료는 거의 다 클라우드에 저장되어 있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었으나, 연구실 컴퓨터에는 이 홈페이지의 웹서버가 작동하고 있었다. 잘 관리하지 않는 홈페이지이지만, 내 20년의 간헐적 역사가 저장되어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함부로 처리할 수 없었다.

긴급히 두 가지 작업을 했다. (1) 학교와 자주 거래하는 업체 직원의 도움을 받아 usb로 부팅 후, 웹서버가 구동되는 폴더를 통째로 옮겼다. 그러나 파일을 몽땅 옮긴 것으로는 홈페이지를 안전하게 되살릴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홈페이지 게시물은 DB에 저장되어 있는데, 파일을 옮겼다고 해서 간단히 DB 내부에 접근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2) 컴퓨터를 부팅하고 블루스크린이 뜨기까지의 5분 사이에, 재빨리 홈페이지 관리자 페이지로 접속해 콘텐츠 내보내기를 실행했다. 120MB 정도의 xm 형식의 백업 파일을 내려받을 수 있었는데, 너무 작은 파일 크기가 의심스러워 한 번 더 다운받아 보았으나 똑같은 크기의 파일만 받을 수 있었다.

기왕 이렇게 된 김에 홈페이지를 연구실 컴퓨터로 운영하는 건 포기하기로 했다. 사실 학교 전산망의 보안 문제 때문에, 학교 외부에서 홈페이지에 접속해 새 글을 작성하려고 할 때마다 접속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보전산처에 연락해 홈페이지 관리 페이지에 대한 외부 접속을 막는 규칙을 제거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전혀 해결이 안 됐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홈페이지를 워드프레스닷컴 구독형 서비스로 이전하기로 정했다. 무료 서비스로는 디자인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이 너무 제한적이라 유료 “개인” 서비스 요금을 지불하고(연 5만원 정도), “콘텐츠 가져오기”를 실행해 앞서 받아두었던 xml 파일을 업로드했다. 그 결과 모든 게시물이 제대로 옮겨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 아쉽게도 첨부파일은 옮겨지지 않았다. 신기하게 딱 1개의 파일만 옮겨져 있었는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다.

통째로 백업 받은 폴더가 있으니 첨부파일은 생각날 때 천천히 되살리기로 하고, 디자인을 최소한으로만 손을 봤다. 5만원짜리 개인 요금제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디자인 테마는 매우 한정적이었고, 원래 사용하던 테마(Neve)는 연 20만원이 넘는 비지니스 요금제 사용자에게만 허락되는 지라, 맘에 드는 결과물을 절대로 만들 수 없었다.

결국 Twenty Twenty라는 무료 테마를 적용했는데, 몇 가지만 커스터마이징을 하면 좋겠는데, 개인 요금제로는 커스터마이징이 막혀 있었기 때문에, 참는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지금의 모습. 못마땅하더라도 한동안은 여기에 정 붙이며 살아야 될 듯. 그래도 연구실 컴퓨터로 홈페이지 구동하던 시절처럼 외부 접속이 막혀 새 글 안 올리고 방치하던 문제는 사라질 듯. 그 기념으로 곧바로 흄의 “나의 생애” 번역도 올려봤다.

어쨌든 20년 역사의 개인 홈페이지는 죽을 고비를 넘기고 여전히 숨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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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ing history and philosophy of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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