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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데이를 보다보면

패러데이는 영국에서 매우 인기있는 과학자로, 20파운드짜리 지폐에도 그려져 있을 정도이다. 패러데이는 장 개념을 처음으로 제안한 과학자이면서 전동기와 발전기를 발명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영국 국민들이 패러데이를 기억하는 데에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1류 과학자로 성공한 자수성가한 인물이란 것이다.

그래서일까, 패러데이가 처음에 과학자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다보면 어드벤처 게임이 떠오른다. 각 스테이지마다 미션을 수행해서 포인트를 얻거나 레벨을 올리는 인물 말이다. 패러데이를 이런 게임으로 재구성하면 대충 아래처럼 되지 않을까 싶다.

스테이지 1 : 심부름꾼에서 제본공 도제 되기

13살부터 서점 심부름꾼으로 성실히 일한 결과, 1년 뒤 사장님은 패러데이에게 제본공이 되는 도제 과정을 허락했다. 수업료도 면제해주고 말이다. 당시 이런 좋은 직업의 도제 과정을 수업료도 내지 않고서 이수할 수 있는 기회는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었다는 점 감안해야 함.

스테이지 2 : 과학 강연 코스 참석하기

열심히 일을 한 결과 사장님께 잘 보였는지, 사장님의 친분을 통해 서점의 단골 고객이 운영하는 과학 강연 코스에 참석하게 되었다. 패러데이는 유난스러울 정도로 꼼꼼하게 필기하여 노트를 만들었다. (강연장에서 필기하고, 집에와서 다시 깨끗하게 초고를 만들고, 다시 설명을 보충해서 완성본의 노트를 만들었던 패러데이의 습관은, 내가 보기엔 살짝 편집증에 가까워 보였음. 물론 이런 유난스러움 때문에 성공하기도 했지만)

스테이지 3 : 왕립연구소 강연 듣기

패러데이의 꼼꼼한 강연 노트를 본 한 서점 고객이 왕립연구소 최고의 스타 강사 험프리 데이비의 강연 입장권 4장을 구해주었다. (당시 영국 최고의 과학 강연 기관 왕립연구소 티켓은 너무 비싸서 가난한 사람은 참석하기 어려웠음)

스테이지 4 : 왕립연구소 실험 조수 되기

위에서 참석한 데이비의 강연을 듣고 손수 필기한 노트를 정성들여 제본하여 데이비에게 보냈더니, 데이비가 왕립연구소의 화학 조수 자리로 추천해주었다.

스테이지 5 : 독립연구자로 서기

10년간의 조수 생활 끝에, 전자기 회전 발견하면서 과학계의 떠오르는 스타가 되었고, 왕립학회의 회원이 되었다. (당시 영국 최고의 과학단체였던 왕립학회 회원이 되는 것은 큰 명예였음)


이런 패러데이의 성장과정을 보다보면 새마을 운동의 격언 “근면, 자조”가 떠오르기도 하고, 또다른 진부한 말인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말이 떠오르기도 한다. 가끔 인터넷으로 무릎팍도사를 볼 때에도 느낀 거였지만, 성공한 사람중에 게으른 사람은 하나도 없더라는 당연한 진리를 깨닫는다.

스스로 열심히 노력하여 성공을 거둔 사람이라서일까? 패러데이는 정치적으로 보수적이었던 모양이다. 그와 같은 노력파가 보기에 가난과 같은 문제들은 개인들의 노력부족에 의한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1848년 초 유럽을 휩쓸었던 혁명에 대해, 패러데이는 “검은 욕망과 동기(black passions and motives)”에 의한 것으로 평했다고 한다.

“패러데이를 보다보면”의 3개의 댓글

  1. 왕이나 정치가를 주인공으로 한 역사물은 많지만, 과학자를 주인공으로 한 역사물은 거의 없는 듯. 지금 당장 떠오르는 걸로는 브레히트의 연극<갈릴레오의 생애>랑 하이젠베르크와 보어의 갈등을 재구성한 <코펜하겐>이라는 연극이 떠오르네. 그리고 마리 퀴리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도 있대.

    패러데이도 영화화될 만한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있는데 누가 만들면 참 재밌을 것 같군. 위에 쓴 거 외에도, 스승 데이비랑 사이 틀어지는 얘기나 새파란 애송이 패러데이가 대가인 앙페르한테 논쟁을 거는 거라든가… (조용한 실험가 이미지랑 달리 상당히 야심가적인 면모가 많더만)

    영화는 아니지만, Einstein\’s Big Idea라는 과학사 다큐 겸 재연물 DVD(region code 1)가 있긴 함. 여기에 패러데이도 잠깐 등장해. 너라면 구매해 봐도 재밌어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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