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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사고

2월 중순에 배로 부친 짐이 며칠 전에 도착했다. 약간은 낯선 박스였지만, 별 의심 없이 기쁜 마음으로 박스를 열었다. 그런데 책을 하나씩 빼다 보니 이상한 책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별주부전>, <지혜로운 선덕 여왕>, <도림의 꾀에 빠진 개로왕> ….

음… 남의 책이 섞여 들어왔는데도 짐의 무게가 비슷하다면, 그것은 … 이런..  내 책이 사라졌다. 근데 뭐가 빠진거지??

내가 보낸 25권 중 무사히 도착한 13권을 바라보면서, 사라진 아이들을 추리하기 시작했다. 내가 한글책을 좀 넣었는데, <과학혁명의 구조>, <쿤의 주제들>은 넣었던 것 같은데 안 보이네. Suarez의 <Fictions in Science>는 어디갔지? 안 왔네? 이런… Nersessian 책들은? 얘네들도 없네. 한 시간 정도의 추리 끝에 9권의 목록을 뽑아냈고, 그걸 가지고 한국 우체국과 미국 우체국에 분실 신고를 했다. 짐을 부칠 때 보험을 들었기 때문에, 보험금을 비롯한 손해배상금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찾아주면야 좋겠지만, 쉽지는 않을 듯. 하지만 무슨 책이 분실되었는지도 알고, 필요한 책은 도서관에서 다 빌려 볼 수 있으므로 큰 문제는 아니다. (단, 한글책은 제외;;) 오히려 돈이 들어온다는 생각에 기뻐한다고 하면 내가 좀 이상한 걸까? -_-;;

* 분실된 책들

– 토머스 쿤 지음, 김명자 옮김 (1999), 과학혁명의 구조. 서울: 까치.
– 조인래 (편역) (1997), 쿤의 주제들: 비판과 대응. 서울: 이화여자대학교출판사.
– Mauricio Suarez (ed.) (2008), Fictions in Science: Philosophical Essays on Modeling and Idealisation. New York: Routledge.
– Thomas Nickles (ed.) (2002), Thomas Kuhn.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 Lorenzo Magnani, Nancy J. Nersessian and Paul Thagard (eds.) (1999), Model-Based Reasoning in Scientific Discovery. New York: Kluwer Academic/Plenum Publishers.
– Lorenzo Magnani and Nancy J. Nersessian (eds.) (2002), Model-Based Reasoning: Science, Technology, Values. New York: Kluwer Academic Publishers.
– Mary S. Morgan and Margaret Morrison (eds.) (1999), Models as Mediators: Perspectives on Natural and Social Science.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 D. H. Hellman (ed.) (1988), Analogical Reasoning. Kluwer: Dordrecht.
– Mary Hesse (1963), Models and Analogies in Science. London: Sheed and Ward.

* 섞여 들어온 아동용 도서들

– 예림당 출판사에서 나온 초등권장 우리고전 시리즈 (별주부전, 사씨남정기)
– 교원 출판사에서 나온 “쉽게 풀어쓴 우리 고전, 테마 삼국유사 삼국사기” 시리즈 (지혜로운 선덕 여왕, 신라를 세운 혁거세, 저승에 다녀온 선율 스님, 아버지를 찾아 나선 유리, 도림의 꾀에 빠진 개로왕, 꿈을 그린 화공, 황금 상자에서 나온 아이, 바보 온달과 평강 공주, 연오랑과 세오녀, 광덕과 엄장, 진성 여왕과 활 잘 쏘는 거타지, 박제상의 충성, 백제를 세운 온조, 임금님에게 바친 차와 노래)

“배달 사고”의 3개의 댓글

  1. 오호.. 신기한 일이군! 아예 분실도 아니고 아예 바뀐 것도 아니고 이렇게 일부만 바뀌어 배달되다니. 그 책들을 기다리고 있었을 어린이들도 안 됐는걸. 별주부전 대신에 과학혁명의 구조를 읽어야 하다니!

  2. 아마 미국으로 오는 배 안에서 박스 몇 개가 박살이 났나봐. 박살난 박스 안에서 나온 책들을 대충 모아서 보냈겠지?

    나야 한글책 몇 권을 제외하면 대부분 여기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책들이라서 큰 문제가 아니지만, 그 어린이(혹은 그의 부모)는 무척 안타까워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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