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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과학철학 페이퍼를 내고 나니 긴장이 확 풀려버렸다.
어젯밤을 꼴딱 세고서 (한숨도 안잤다)
낮 2시까지 계속 쓰고 수정하고 하면서
이미 딜레이긴 했지만 스스로는 만족해하면서 페이퍼를 제출했다.

과학철학 페이퍼를 쓰면서 생각이 든 건..
역시 철학은 철학이다.. -_-;
무슨 주제로 얘기를 쓰든 얘기는 돌고 돌아
결국엔 대표적인 철학의 범주 주위를 맴돌고 있을 뿐이다.

개별-보편-특수
본질(실재)과 현상
내용과 형식
원인과 결과
우연과 필연
양과 질

이거 웬지 대학교 1학년 때 마스터했다고 생각했는데.. -_-;

– 생각하면 할수록 참 중요하게 느껴지는 건 “개별-보편-특수”
우리가 대상을 이해하는 기본적인 방식이다. 우리는 개별 대상을 이해할 때, 항상 보편적인 것의 특수한 형태로 이해하려 한다. 생각하면 할수록 감탄스런 범주다.

– 생각하면 할수록 어렵고 무겁게 느껴지는 건 “본질(실재)과 현상”
위의 ‘개별-보편-특수’랑 상당히 관련히 깊은 것 같으면서도 좀 다르다. 우리 인식의 근본적인 한꼐와 가능성을 말해주는 범주라 여겨진다.
우리는 의식 외부의 객관적 실재를 현상을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다. 본질은 현상화한다. 관계를 좀더 명확히 그리면 [인식된 본질 – 현상 – 실재]의 구도가 될 것 같다. 재밌는 건, 실재에 근접하는 지식을 얻기 위해 노력하면 할 수록 현상과 동떨어진 지식체계가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이 지식체계가 실재를 정확히 반영하는 것인지 직관적으로 느끼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 생각하면 할수록 헷갈리는 건 “우연과 필연”
예전엔 우연 속의 필연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혹시 필연 속에도 우연이 있을 수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하기도 하다. 복잡계와 카오스는 필연 속에서도 ‘우연처럼 보이는’ 현상들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럼 이걸 우연으로 봐야 하는건가. 나의 자유의지는 단지 그렇게 보이는 착각일 뿐인가.. (자유의지를 물리적 측면에서 보면 우연이라는 생각)

– 내용과 형식은..
예전엔 본질과 현상이랑 꽤 헷갈렸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얘가 ‘본질과 현상’이란 범주와는 급이 다르다는 걸 느낀다. 아무리 봐도 얘는 그리 멋지고 감탄스런 범주는 아니다.

– 생각하면 할수록 복잡한 건 “원인과 결과”
원인 없는 결과는 없고..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다. 이거 너무 당연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하나의 결과에 대해서도 어떤 측면에서 볼 건가에 따라 원인은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어제 아침 우리 앞집 사과나무의 사과 하나가 떨어졌다. 왜 떨어졌는가? 사과가 익어서. 사과가 무거워져서. 바람이 불어서. 중력 때문에. 어느게 가장 본질적인 원인이라고 말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 양과 질
이거 참 중요하다. 일상생활은 질적인 것들로 가득 차있고.. 우리는 질적인 분석을 애용한다. 그런데.. 이놈의 물리학엔 양밖에 없다. 양자역학의 슈뢰딩거방정식을 풀면 토끼나 사과나 공기나 질적인 차이가 없는 물리적인 현상일 뿐이다. 질적인 차이는 그 풀이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그리고 질적인 차이라고 하는 건 단지 주관적인 믿음에 불과한 건가? 아니면 대상에 정말 그런 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건가? 등등..

“오늘”의 2개의 댓글

  1. 추천하는 책 “니체와 철학”, 질 들뢰즈 지음, 민음사

    위와 같은 내용을 모두 담고 있으면서 굉장한 통찰을 던져주는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최소한 전 그렇게 느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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