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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STS라는 학문 분야

(경향신문 11월 26일자)

STS는 우리에게 조금은 낯선 학문 분야다. 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를 줄인 말인데, 번역을 하자면 과학기술학 혹은 과학학이 된다. 필자는 예전에 한 신문 컬럼에서 내 전공을 소개하면서 “과학학 전공”이라고 쓴 적이 있었는데, 신문이 나온 뒤에 보니 이 말이 “과학 전공”으로 바뀌어 있었다. 과학학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던 기자나 데스크가 이를 과학으로 바꾼 듯싶었는데, 실소를 금할 수 없었던 해프닝이었다.

STS는 보통 과학기술사, 과학기술철학, 과학기술사회학, 과학기술정책학, 과학기술문화학과 같은 분야를 통합해서 지칭한다. 현대 사회에서 과학기술이 중요해지면서 과학기술의 역사와 철학은 물론, 과학기술과 사회와의 관련을 주로 다루는 분야이다. 보통 STS는 자연과학이나 공학을 공부한 학생이 대학원 과정에서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훈련을 받으면서 전공하게 되는데, 소수지만 역사학이나 철학, 사회학을 공부하다가 과학과 관련된 주제에 흥미를 느끼고 STS로 전공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

STS에서 다루는 연구 주제는 전통과학사부터 핵폐기물처리장을 둘러싼 갈등에 이르기까지 무척 다양하다. 그렇지만 STS의 연구들은 모두 과학기술의 본질과 속성을 더 잘 이해하는 것을 지양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렇기 때문에 STS는 제대로 된 과학기술정책을 위한 ‘기초’의 역할을 한다.

또 STS가 제공하는 교육은 과학기술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사회와 역사속의 과학기술의 역할을 인식시키며,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을 전공하는 학생에게는 과학기술의 전문적인 내용에 대한 교육을 거치지 않고도 현대 사회를 구성하는 핵심적인 요소인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여줄 수 있다. 한양대학교에서는 “과학기술의 철학적이해”라는 과목을 모든 대학생의 교양필수로 만들었고, 이를 위해서 이 수업을 매학기 48강좌씩 개설하고 있다. 사실 STS같은 수업이야 말로 21세기를 살아가는 시민이 갖추어야 할 ‘핵심교양’이다.

미국의 경우 STS는 명문 사립대학과 주립대학 대학원에 학과의 형태로 확고하게 정착되었다. 이 학과들은 과학기술의 역사, 철학, 사회학, 정책학 등을 연구하는 독립된 교수진을 갖추고, 같은 대학의 자연과학자들이나 엔지니어들과 협동하고 소통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미국 과학사학회와 과학사회학회는 매년 1000명이 넘는 회원이 참석하는 대규모 학회로 발전했다. 이웃나라 일본만 하더라도 국가의 재정 지원을 받는 STS연구소가 있고, 동경대와 동경공대를 비롯한 유수 대학에 STS 학과가 설립되어 이곳 교수들을 중심으로 활발한 연구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에는 STS가 대학원에 협동과정 형태로 존재한다. 서울대학교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이 1984년에 문을 열었고, 고려대학교를 비롯한 몇몇 학교에도 관련 협동과정이 있다. 그렇지만 외국과 달리 한국 대학의 협동과정은 전임교수를 두지 않고 기존 학과에 속해있는 교수들이 짬을 내서 강의를 개설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국가나 학교의 지원도 거의 전무한 형태이다. 학과의 형태로 있는 경우는 전북대학교의 과학학과가 유일하다. 이렇게 STS분야가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보니 과학관의 큐레이터(학예사)와 같이 STS전문 인력을 필요로 하는 경우에도 전공자들이 아직 진출을 하지 못하고 있다.

12월 8일부터 11일까지 한국, 중국, 대만, 일본 4개국의 동아시아 STS학회가 서울에서 열린다. “사회적으로 논쟁이 되는 과학과 기술”이라는 주제 하에 30여 편의 논문이 발표되는데, 이번 학회를 계기로 한국에서도 STS라는 학문분야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한 대학 구성원과 사회의 인식이 제고되었으면 한다. (홍성욱 / 서울대교수, 과학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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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을 과학학으로 한번 더 써 봤다. 이번에는 ‘과학학’이 ‘과학’으로 둔합하는 일은 없겠지…)  

정동욱 : 위에 오타가 있네요. (11.27 12:49)  
정동욱 : ‘과학기술의 본질과 속성을 더 잘 이해하는 것을 지양한다는’ -> 지향 (11.27 12:50)  
홍성욱 : 그러게 우째 이런 오타가… 내용이 정반대가 됐잖아 -_-;;; (11.28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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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미니홈피에 갔다가 답글을 달았더니..
친절하게 답글을 달아주셨다. -_-

“[펌] STS라는 학문 분야”의 6개의 댓글

  1. 그것도 있지..
    오늘부터 토요일까지 따까리를 해야 하는 동아시아 STS 학회가 바로 그거!
    어… 아… 혹.시. 아닌가?

    근데.. STS가 뭐의 약자인가는 중요하지 않음..
    과학학이라고 할 때, 사회를 염두에 두지 않는 사람은 없으니까 말야..
    뭐라 하든 어쨌든 말은 통하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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