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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책은 읽어오세요

강의실 11시 도착.
강의 시작은 10시.
지난밤의 11시간짜리 롱테이크 술자리 덕분이다.
살다보니 1시간짜리 지각도 일기꺼리가 되는군.. 후훗 ;;

학생이 뭔가를 열심히 어쩌구저쩌구 설명하자 교수님이 질문한다.
“그게 이 장에서 설명되어있나?”
“다음단락에 설명되어 있습니다.”
한 학생의 대답.. -_-;;

선생님이 능력이 나쁘진 않은 것 같은데
수업에 책을 한자도 안읽고 오는 게 문제다.
학생과 선생님이 같이 공부를 하고 있으니..
학생이 뭘 잘 모르겠어도 맘놓고 질문을 못하는 상황이 된다.

“이게 잘 이해가 안되는데요.”
하면.. 선생님이 책을 보면서 설명을 하다가 좀 막힌다.
그러면 학생들이 저마다의 답을 내놓는다.
그러다보면 대충 학생들 대부분이 이해를 한 표정이 된다.
그런데 선생님은 진도를 안나간다.
이런 상황에서는 누군가 총대를 매고 일어나서는
“제가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하면서 칠판으로 나가서 선생님께 설명을 해야한다.
물론 학생들 전부에게 설명하는 것처럼 위장하긴 하지만.. -_-

결국 수업시간은 그날 수업준비 열심히 해온 성실한 학생들로부터 배우는 셈..

오늘은 선생님이 내용이 잘 눈에 안들어오시는지
학생이 발제하는데도 계속 안절부절 하고 딴 생각하는 듯 보이다가
수업을 1시간 일찍 끝내셨다.
(나도 술이 안깨서 정신 못차리고 있었는데.. 잘됐지.. 허허 ;;;)

어쨌든 교수님 널럴한 건 정말 좋은데
“제발 그날 나갈 분량은 읽어오세요!!”

이 말은 보통 선생님들이 학생들한테 항상 하소연하는 말 아닌가.. ㅜ_ㅜ
수업준비 안해온다고 맨날 구박받는 처지로서..
이말을 선생님께 하고 싶다는 사실이 정말 당황스럽고나..

“제발 책은 읽어오세요”의 7개의 댓글

  1. 음.. 대부분의 대학원 수업이 그런듯한데…

    공통적으로, 보통 교수님들이 깐깐하시지 않더냐?
    CMU에서는 어떤 학생이 일주일 준비하고서, 교수님 공격에 2페이지를 못넘어가고 중간에 울면서 내려왔다는…

    근데 워낙 학위를 받는 연구분야가 좁기는 해서…
    (특정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는)교수님들은 정말 여러가지를 알고 가르쳐 주신기 보다는, 꼼꼼하게 검증하고 넘어가는 것이 학문의 자세라는 점을 가르쳐 주시는 점이 더… 가까운것 같다.(이건 내생각)

    물론, 좋은 교수님들은 준비도 철저하지만서도..

    우얐든, 동욱 술 좀 조금 마시고.
    성실히 공부도 열심히 해라.
    군대 끌려간다며. -_-;

  2. 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하네.. ;;;
    이 선생님은 학생의 준비에 대해 검증하려고 질문하는게 아니라..
    진짜로 내용을 알지 못해서 질문하고 있다는게 너무 눈에 보이거든..

    이 강의 말고 ‘사회과학의 철학’ 수업도 학생 발제로 진행되고.. 선생님이 이것저것 질문하고 대답을 듣는 형태지만 전혀 상황이 다르거든.. 선생님 질문에 학생들 대답 못하면.. 보충질문도 하고.. 그러다 대답이 제대로 안나오면 그 경우에 직접 설명하곤 하지.

  3. 위의 논리철학 교수님의 다른 에피소드를 소개하면..
    ‘표준모형’이라고 번역어가 있어. 발제문이랑 번역서에는 표준모형이라 되어었고… 원래 책에는 ‘canonical model’이라 되어있지.
    발제자가 그 ‘표준모형’에 대해 소개하고 있었는데…
    수업이 수렁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상황이 만들어졌고..
    그 상황에서 누군가가 ‘canonical model’이란 말을 꺼내는 순간..
    교수님이 하는 말이 압권이었지.
    “표준모형이 canonical model을 말한 거였어?”

  4. 그 교수님이, 혹시 전공이 완전히 다른 분야이신가? =.=;
    음… 그교수님의 능력과 태도는 확실히 잘은 모르겠지만…

    내 경우엔, 정말 유능한 교수님인데 유명한 저널에 발표된 자신의 논문을 학생에게 발표하라고 시키고, 학생이 발표를 잘 하지 못하니까 나가셨는데, 자신이 혼란스러워 하시다가 버버버벅 하시다가.. 뭐 결국은 그 랩의 조교 학생이 ‘교수님 이것 같은데요.’라고 했다는…
    그 경우에 있어서도 말이지, 자신이 자신의 논문의 주요 내용을 잊었다는데에 대해선 교수님은 별 문제 있다고 생각을 전혀 안하시는데, 학생이 개념하나나 내용하나에 대해서 그냥 애매한 상태로 넘어가려는데에는 불호령을 하시더라구…-_-;

    내 깐깐이라고 함은 그런 자세를 말하는거고…

    덧붙이면, 그 수업에 네가 공부해가서 다른 친구들을 가르쳐 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소박한 바램이었음. ^^;

  5. 전공이 완전히 다른 게 아니고..
    원래는 기호논리 하시던 분인데, 새로 양상논리에 도전하시는 것 같애…
    기호논리는 몇십년 동안 공부하고 가르쳐온 거라 수업준비를 안해도 거의 상관이 없는 반면, 이놈의 양상논리는 자기자신도 새로 도전하는 분야라 버벅거리는 게지..
    문제는 성실히 책을 읽고 준비하기 보다는, 기호논리에 대한 지식으로 어떻게든 떼워보려는 자세에 있다고 봐.. 쫌만 미리 읽으면 금방 알 수 있는 걸.. 수업 시간에 와서 ‘표준모형이 canonical model이었어?’ 식의 말을 하면 학생들 벙 찌지. -_-

    덧붙이면.. 난 잘 하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 안해도 될거야.. -_-;; 내가 앞에 나가서 설명한 적도 무척 많거든.. 그동안 너무 많이 나가서 요즘 자제하려 하는 중일 뿐. (앗.. 자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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