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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탈과 운동의 차이

1. 수업준비시간

내가 다닌 고등학교는 과학고. 기숙사 학교다.
아침을 6시 반에 먹고 7시 20분에 0교시가 시작한다.

어느날 아침 7시 7분.
아침을 먹고 식당에서 뉴스를 보고 있었다.
교감이 지나가다 TV를 보고 있는 나를 보고 윽박을 지른다.
“수업에 안들어가고 뭐하는거야!”
“수업은 20분에 시작하는데요.”
“뭐야! 지금 너 혼자 TV 보고 있잖아. 지금은 수업준비시간이잖아. 이 놈이 올라가라면 갈 것이지 말이 많아!”

황당해서 아무말도 못한 채 식당에서 나와, 혼자 욕을 해댔다.

아침 조회시간. 얼굴이 굳은 담임이 교실에 들어왔다.
“정동욱, 너는 7시 20분까지를 무슨 시간을 생각하냐?”
“아침에 TV 본 것 때문에 그러세요?”
— 아 실수 —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
“거의 쉬는 시간으로 생각하는데요. 수업준비도 하구요.”
담임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진다.
“그 시간 수업준비시간 아니예요!”
“따라와!”

거의 ‘니 죄를 알렸다’ 분위기였다.
잘못 안했다고 끝까지 우기다가
열라 맞은 후에
비굴하게 “잘못했습니다” 해버렸다.

나중에 형이 이렇게 말했다.
“임마, 처음 그렇게 맞을려면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말든가. 아니면 처음부터 잘못했다고 해서 맞지 말든가. 한심하게 그게 뭐냐?”

형 말이 맞다.
지금에 와서 그 때를 돌아보면 비슷한 일들이 몇번 더 있다.

2. 모의고사 보는 날 아침

모의고사 보는 날 아침 0교시 보충수업시간.
선생님이 보충수업 대신 자율학습을 하라고 했다.
나는 평소 자율학습 시간에 하듯이 미니카세트를 틀고 이어폰을 귀에 꽂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갑자기 선생님이 내 옆에 오더니
“이게 뭐냐?”
“카세트 들으면서 공부하고 있는데요.”
“지금 보충수업시간이잖아.”
“자율학습 하라면서요.”

그때는 참 분위기 파악을 못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땐 정말 심했던 것 같다. 아무때나 말대답해서 사소한 일 크게 만드는 데 재주가 좋았다. ㅡ.ㅡ;

마찬가지로, 잘못 안했다고 우기다 엄청 맞고서 잘못을 시인했다. 한심한 녀석같으니라고.

난 그때 왜그리 말대답을 많이 했을까.
첫째는 분위기 파악을 잘 못해서였을테고..
둘째는 자족적이었다는 데에 있는 것 같다.

불합리한 처사에 대든다는 건 정당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시도 때도 없이 사소한 일에 분위기 파악 못한 채 말대답을 하곤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의 행동들은 전혀 불합리한 학교생활을 개선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안되었다는 것이다. 단순히 ‘불합리한 일에 대들었다’는 나 혼자만의 자족적인 행동에 불과했었던 건 아닌지..  (앞글과 비슷한 결론이군)
뭐.. 그 때 그 시절 나만 그랬겠나. 불쌍한 청소년들이여~~

일탈행동이란 ‘맘에 들지 않는 상황’에서 잠시 탈출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결국엔 제 인생에 전혀 도움이 안된채 제자리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그리고 사회변화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반면 운동이란 ‘변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때나 쓸데없이 혼자서 사고를 치진 않는다. 실패하더라도 성과를 남기고 지속시켜야만 한다.
(때론 일탈행동들이 쌓이고 쌓여 문제상황을 보여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 때는 그런 생각을 하기엔 너무 어렸을게다. 그리고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도 내 자신이 운동을 한다고 생각했음에도 그 차이를 깨닫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일탈과 운동의 차이”의 2개의 댓글

  1. 저 경식인데요~이거 퍼다가 학회 게시판에 올려도 될까요? 새내기들 좀 보라구…
    별 내용 없어보이기도 하지만^^*하하
    전 이런글 못쓰거덩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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