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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rnton W. Burgess의 동물동화 시리즈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 읽고 읽고 또 읽은 동물동화 시리즈가 있었습니다. 토끼, 코요테, 비버 같은 동물들이 각 권마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동화책이었는데, 책의 제목이나 저자는 생각이 나지 않았어요. 권선징악의 구도는 아니었던 것 같고, 여우나 코요테도 악당 역할로만 나오진 않았던 것 같았습니다. 1,2년 전부터 조카들에게 선물을 하면 어떨까 하고, 생각날 때마다 “동물동화 비버 코요테 토끼” 등의 검색어를 이용해 검색을 해봤지만 제가 원하는 결과는 전혀 나오질 않았죠.

가끔 검색 결과로 시튼 동물기가 나와서, 제가 옛날에 본 게 이건가 고민을 해보기도 했지만, 아무리 봐도 시튼 동물기는 제가 본 책이 아닌 것 같더라고요. 제가 본 동화책은 분명 동물들이 사람처럼 서로 대화도 나누는 그런 책이었거든요. 결국 저의 검색은 매번 그렇게 소득 없이 끝이 났지요.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저는 또 그 동화책 시리즈 생각이 나서 검색을 해봤습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시튼 동물기가 검색 결과에 떴어요. 그런데 시튼 동물기의 목차 중에 “1. 커람포의 이리왕 로보 … 4. 붉은 머플러를 두른 메추리”를 보다가 퍼뜩 기억이 떠올랐어요. 제가 본 동화책에 메추리가 나온 적이 있다는 걸요. 게다가 그 메추리의 이름까지 기억이 난 거예요.

바로 그 메추리의 이름은 “보브”였어요!

그 이름은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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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밖에 나오진 않았지만, “메추리 보브의 모험”이라는 책 제목은 제가 읽은 책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또 그 링크를 따라 들어가자 엠코 전자책도서관 사이트가 나왔고, 그곳에서 저자로 적힌 “썬톤 버제스”로 다시 검색을 하자, 11권의 책이 쭉 나왔습니다.

  • 영감 개구리의 모험
  • 임자를 만난 로버
  • 다람쥐 체터리의 모험
  • 주머니쥐 빌리의 모험
  • 두꺼비 할아버지의 모험
  • 피터 래빗의 모험
  • 메추리 보브의 모험
  • 피터는 진짜 친구야
  • 스컹크 지미의 겨울
  • 학교에 간 피터 래빗
  • 여우 레디의 모험

사실 이 책들의 제목이 기억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스컹크 지미”는 분명히 있었던 것 같았고, 저는 제가 찾던 책을 드디어 찾았다는 확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 전자책도서관 사이트는 현대 엠코에서 지은 아파트의 입주민이나 회사 직원에게만 회원 가입이 허용된 곳이었고, 저는 그 책을 구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책 제목과 저자를 알게 되었으니 그걸로 검색을 해서 시중에서 구입을 하면 되겠지 하고 다시 검색을 해봤지만, 그의 책 중 시중에서 유통되는 책은 “손튼 버제스”의 <서쪽 바람 아주머니 이야기 : 왜 그렇게 되었을까?> 한 권뿐이더군요. 그것도 eBook으로만요.

이제는 저자의 영문명을 이용해 검색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Thornton W. Burgess

검색 결과 위키피디아의 항목이 제일 위에 떴습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손튼 버제스는 1874년에 태어나 1965년에 죽을 때까지 자연보호주의자이자 동화작가로 활동했으며, 170여권의 책과 (“Bedtime Stories”라는 칼럼을 통해) 15,000여 편의 이야기를 썼다고 합니다. 위키피디아에는 그가 집필한 책이 연도순으로 모두 열거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저는 어린 시절에 그 중 20권 정도를 번역본으로 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더 살펴보니 Thornton W. Burgess Society도 있어서, 아직까지 그의 활동과 작품을 기리는 활동이 이어지고 있더군요. 박물관도 있었는데, 최근에 문을 닫았다고 하는군요.

위키피디아에는 또 하나 재미있는 이야기거리가 나와 있었는데, 그의 작품들은 1970년대 초 일본의 닛폰 애니메이션에서 <山ねずみロッキーチャック(산쥐 록키 처크)>라는 제목의 52부작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영문 제목은 Fables of the Green Forest로, 한국에서는 <숲속의 동물가족>이란 제목으로 1976년부터 1978년까지 방영되었다고 하네요. 1978년은 제가 태어난 해이기 때문에, 저는 이 애니메이션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동영상 클립이 네이트판에 하나 돌아다니고 있긴 하네요. 참고로 닛폰 애니메이션은 <알프스 소녀 하이디>, <플란더스의 개>, <빨강머리 앤>, <엄마 찾아 삼만리>, <소공녀 세라> 등의 <세계명작극장> 시리즈로 유명한 제작사입니다.

그럼 이제 책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일단, Thornton W. Burgess의 책은 대부분 저작권이 만료되었기에, 그의 영문판 책들은 eBook의 형태로 쉽게 구할 수가 있더군요. 심지어 yes24에서도 20권이나 공짜로 구할 수 있었습니다. 오디오북도 많이 돌아다니고, 심지어 podcast에서도 여러 권을 발견했습니다. 저작권이 만료되어서인지 종이책도 아마존이나 yes24 등의 사이트에서 싸게 구입할 수 있더군요. 어쨌든 저는 아래와 같은 책들을 손에 넣게 되어 기분이 무척 좋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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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운 좋게 재미난 사이트도 하나 발견했는데요. 그 사이트에서는 버제스의 책 The Adventure of Jerry Muskrat의 원문과 오디오 파일을 제공할 뿐 아니라 “학생 과제(student activity)”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2장 “The Convention at the Big Rock”에 대한 과제는 (1) convention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고, 그 단어를 이용해 문장을 작성한 후, (2) Muskrat 부인(Jerry의 엄마)을 옹호하는 얘기를, 즉 농부 아들이 놓은 덫에 관해 동물들이 지켜야 할 convention이 무언가 있다는 것을 설득하는 얘기를 적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2장 본문에서는 자기 맘대로 행동하려는 Jerry와 덫이 있으니 조심하라는 엄마 사이에 말다툼이 있었나 봅니다.^^ (2) Muskrat 부인(Jerry의 엄마)가 convention에서 할 법한 연설을 적는 것이었습니다.

원래는 조카들을 위한 재미있고 괜찮은 초등학생용 읽을거리를 찾았던 것일 뿐인데, 힘겨운 검색의 결과 Thornton Burgess라는 사람을 처음으로 알게 되고, 그토록 원하던 책의 영문판들을 eBook의 형태로 거의 다 구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번역본을 구하기 어려운 관계로 이 영문판 책들은 적어도 중학생용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원래 4-6학년 용으로 쓰여진 이 책이 중학생이 읽어도 재미있는 책이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뭐… 위의 사이트를 이용하면 논술 또는 영어 교육에는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공부 목적이라며 책을 쥐어주면 과연 조카들이 좋아할까요? –_-;;


아래의 댓글 덕분에 제가 어렸을 때 본 책의 원형을 정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본 책들은 1979~1980년에 서문당에서 발행된 “숲속의 동물가족 시리즈”로 책에 표기된 저자의 이름은 “버어지스”였습니다.

대표적인 표지와 삽화는 아래와 같습니다.

“Thornton W. Burgess의 동물동화 시리즈”의 11개의 댓글

  1. The Adventure of Jerry Muskrat 2장의 학생 과제 내용은 제가 잘못 이해했었네요. 책을 실제로 읽어보니 그 장에 나온 “convention”은 회의나 모임의 뜻으로 사용되었더군요. 농부 아들이 놓은 덫에 걸려 제리가 꼬리를 다치자, 그 엄마가 연못에 사는 동물들을 모아 회의를 소집한 거였더군요. 그래서 또 다른 과제는 농부 아들이 놓은 덫에 대비해 동물들이 뭔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설득하는 엄마의 연설문을 작성해보라는 것이었고요.

    본문을 보지도 않은 채 “convention” 하나 잘못 해석했더니 완전히 엉뚱한 과제를 만들어내고 말았네요. 부끄럽네요. ㅎㅎ 어쨌든 새롭게 고친 과제도 꽤 재밌어 보입니다.

  2. 제가 너무나도 간절하게 찾던 책인데.. 먼저 찾으셨군요!!
    덕분에 예스 24에서 이 북은 구매했는데 종이책도 사고싶네요 ㅠ
    아마존을 뒤져야 할까봐요.. ㅠ
    한국에선 아무리 검색해도 안 나오네요.

  3. 핑백: Thornton W. Burgess 동화 목록 | ZoLAist's Diary

  4. 저도 어릴적 본 책이었는데 ‘토끼 피터의 모험’, ‘언치새 새미의 모험’, ‘들쥐 대니의 모험’ 등등의 제목으로 아무리 검색해도 안나와서 잊고 지내다 오늘 이 글 보고 알게 됐네요.

    어릴적 책에는 ‘버어지스’라고 저자가 명기되있었는데 손튼 버제스라는 작가였군요. 이 책이 자꾸 생각이 나는 이유는 글도 글이었지만 책에 있던 그림이었는데 당시 서문당에서 나온 책들은 삽화들 풍이 제각각 틀려서 유심히 봤었습니다.

    국내 발간된 책은 헌책방사이트에서도 구하기 힘들더라고요.

    http://www.e824.com/auction/index.html?go_url=./item_info/itemdetail.html&p_code=U0-K0-B0-459686

    여기 사이트에서 당시 국내책들을 경매로 팔고 있네요. 조카들이 동화책을 볼 나이는 지나서 제가 어린 시절 떠올리면서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좋은 정보 너무 감사해요.

  5. 저도 정말 저 책을 좋아했는데 20대가 된 이후에 집에 와 보니 어느날 엄마가 버리셨… 더이상 안 읽는 줄 아셨다며ㅠㅠ 딱 저 표진데 말이죠… 빙그레못 졸졸이내.. 이랬던 거 같은데 혹시 Big River는 뭐라고 돼있었는지 기억이 나실까요?

    1. 방금 스컹크 지미의 모험과 토끼 피이터의 모험을 살펴 봤는데요. 아쉽게도 Big River는 등장하질 않네요. 대신 보랏빛 언덕과 잠잠 오솔길을 발견하긴 했습니다.^^

  6. 와우! 감사합니다~ 영어를 최대한 그 때 책 내용으로 번역해보려다가 기억이 안 나서 접었습니다.ㅠㅠ 저건 아니지만 그 이후에도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한 적이 있기에 검색해서 낱권으로 4권 정도는 구했네요. 명작인 게 우리 아이들이 너무 재밌어라 했어요~ 참고로 알라딘에서 도온튼 버어지스로 검색했습니당~

  7. 예, 저도 80년대 말, 국민학교 6학년 때 살던 동네에 있던 헌책방에서 주인장님께서 올려 주신 동화 전집 중 한 권을 사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두꺼비 할아버지의 모험’이었죠. 전집 중 읽었던 건 이 두꺼비 할아버지 이야기 하나 뿐이었는데, 당시에 읽으면서도 꽤 감동적인 이야기였다는 느낌을 받았죠. 책 마지막에 전집 목록도 나와 있었는데, 제가 기억하는 건 ‘영감 개구리의 여행’, ‘여우 레드의 대실패’였죠. 방금 어린 시절에 읽었던 책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영감 개구리의 여행’이라는 키워드로 구글에 검색했더니 검색결과가 나왔죠.
    ‘영감 개구리의 여행 | 어린이 글밭 107 숲속의 동물가족 시리즈’
    그런데 온라인 신고서점에 올라와 있는 책은 전집 중 몇 개밖에 없는 모양입니다. 혹시 어린이도서관에 가면 있을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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