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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준을 둘러싼 민감한 반응들

누군들 군대에 끌려가고 싶겠는가. 2년 동안 삽질을 하며 자신의 가장 젊은 나날을 허비해야 하는 현실. 이런 현실을 피할 수만 있다면 누구나 피하고 싶을 것이다. 젊은 성인남자라면 누구나 ‘비양심적 병역거부’의 욕망을 느낀다.

그러나 현실은 젊은이들의 욕망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다만 소수의 선택받은 ‘신의 아들’들만이 특혜를 누릴 수 있을 뿐이다. 선택받을 수 있는 자의 조건은 까다롭다면 까다롭고, 허술하다면 무척 허술하다.

첫째, 돈이 많아서 외국에서 살 수 있으면 된다.
둘때, 돈이 많아서 병역검사 시 뇌물을 줄 수 있으면 된다. (요즘 많이 깐깐해졌다.)
셋째, 배짱이 있어 전신문신을 하면 된다.
넷째, 공부를 잘해 각종 병역특례(박사특례, 산업기능요원 등)를 받으면 된다.
다섯째, 운이 안좋아 아프면 된다.
기타 등등..

위의 몇가지 요건에 만족하기란 누구에겐 무척 쉽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매우 까다로운 조항들이다. 솔직히 작년까지만 해도, 서울대 컴공을 졸업한 사람들에게 병역특례를 얻는 것은 무척 쉬운 일이었다. 아마도 우리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무척 많을 것이라는 예상. 결국 군대를 이런저런 이유로 피해가는 사람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 박탈감이 사회적인 요구를 모을 수 있는 형태가 아닌, 특정 개인에 대한 마녀사냥식 몰이로 표출되는 게 문제가 아닐까 한다. ‘병역기피’의 문제를 개인에 대한 화풀이로 갈 경우, 사회적인 해결책을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기모순에 빠지게 되곤 한다.

병역문제에 대한 개인적인 태도는 언제나 ‘비양심적 병역거부’이다. 따라서, 자신이 비난받는 특권층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올라설 수 있다면, 그 특권을 포기하기 힘들 것이다. 결국, 문제를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 치환시키면 자기 스스로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다.
자기 입으로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인터뷰 요청에 어쩔 수 없이 대답하는 사병처럼…. “군대는 남자라면 한번쯤 와바야할 만한 곳이라 생각합니다!”라고 말하거나, 아니면 “몸이 아파서 어쩔 수 없이 못갔습니다”라고…

병역문제는 개인의 도덕성문제가 아닌 한국사회의 사회경제적 차원의 문제로 봐야 한다. 솔직히, 돈만 있으면 좋은 세상이다. 돈있는 상류층 사회에서는 자식들 원정출산해 군대 안보내고, 없는 능력 찾아서 제 일을 찾아준다. 솔직히, 요즘 운동선수들 다들 잘사는 집 자녀들 아니던가. 돈 없으면 자식 축구도 못시키는 세상이다.
게다가 요즘 젊은 연예인들은 왜그리 외국인학교 출신이 많은지… 다들 제 자식 살길 마련해주느라 열심이다. 피아노도 시켜보고, 피아노 못하면 숏트랙도 시켜보고, 골프도 시켜보고… 노래랑 춤도 시켜본다. 그중 하나 정도는 잘하겠지.
(자식의 장래를 위해 힘쓰는 부모에게 어찌 돌을 던지랴… 그렇다고 이런 상류층의 모습에 박탈감 또한 어찌 안 느낄 수 있겠는가….–;)

아마도, 유승준도 그런 사례 중 하나일지 모른다. (정확히는 모른다.) 어쨌든 유승준은 병역을 이행하지 않을 수 있는 조건이 있었다. 특권층이라고도 말할 수 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유승준이 지금의 사태를 맞게 된 건, 좀 어리석은 선택 때문이었다. 이미 “군대를 가겠다”고 말한 상황에서 뒤엎었으니, 팬들의 배신감이 얼마나 심했겠는가. ‘인기’로 먹고사는 연예인으로서 정말 바보같은 선택이라고밖에… 유승준 욕하는 사람들을 나는 이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공무원이나 관료, 정치인도 아닌 연예인이 외국국적을 가졌다고 활동을 못하고 입국도 못하는 것은 좀 오버다. 유승준에 대한 판단은 유승준의 연예활동을 보고 듣는 사람들이 판단하도록 놔두어야 한다. 소비자가 앨범판매량과 인기투표로 충분히 판단해주지 않겠는가.

정말 우리가 비판해야 할 대상은, 군대를 면하고 싶어하거나 면한 무차별적인 청년들이 아니라 “항상 군사력과 국방을 강조하고, 군대를 신성시하는 언행을 일삼으면서도, 자기 자식만은 절대 군대에 안보내는 위선적인 정치인과 관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현재와 같은 ‘감정의 배설’이 아니라, 군대의 목적, 규모, 모집방법, 사병의 처우 등등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유승준을 둘러싼 민감한 반응들”의 3개의 댓글

  1. 군대에 대한 남성들의 시각은 참으로 모순적이지요.
    군대에 가기싫어하면서도 군대를 갔다왔냐 안 갔다왔냐, 현역인가 공익인가로 1등국민과 2등국민을 나누려는 작태를 보여주죠. 특히 공익이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덜 수행했다며 은근히 깔보는 자들이야말로 가부장적 치졸함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고 있죠. 책에서 ‘국방의 의무’자체가 가부장제의 함정이다라는 글을 읽었는데 맞는 이야기인듯합니다.

  2. 합심해서 군대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자꾸만 자신의 피해를 ‘모두가 당해봐야한다’라는 변태적인 생각을 가지는 것 같다. 아니면 “그걸 경험했어야만 남자지”라며 자신의 고통스러웠던 나날들에 대해 합리화하고자 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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