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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나는 카드사

LG카드가 현금서비스조차도 못하면서 부도가 나게 생겼다. 물론 회생을 시키기로 했다고 한다. LG카드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면 2조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해주고 만기채권을 1년연장해주기로 말이다. 그 덩치가 쓰러지면 좀 부담스럽겠지.

도대체 그 잘나가던 카드사가 이토록 극적으로 망할 지경에 이르게 되었을까? 최고의 이윤율을 자랑하던 카드사가 부도에 처하기까지는 고작 1,2년밖에 안걸렸다.

한번 과거를 되짚어보자.

재벌과 금융권이 카드로 몰린 까닭

재벌과 금융사들이 카드로 몰리는 데에는 원인이 있다.
99년 경 한국의 금융산업은 150조가 넘는 공적자금 덕분에 붕괴 위기를 모면했다. 다시 말해, 국민의 고혈을 먹고 살아났다는 뜻이다. 그러나, 150조원 가까운 돈을 먹고 간신히 기력을 되찾은 한국의 금융산업은, 정작 ‘부담스런’ 자본이 아니라 ‘만만한’ 민중의 호주머니를 털 수 있는 가계금융 영역에서 수수료와 예대마진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데 치중한 것이다.

은행탓만 할 수는 없는게… 당시 IMF를 겪고 뭔가 회복된다고 할 즈음 실은 기업들 중 30% 정도가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자본가들은 노동자를 자르고 비정규직으로 전환시키며 엄청나게 비용을 절감한 것 말고는 무엇을 구조조정했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_-;

근데 카드만 발급해주면 돈을 버나

직접 현금까지 쥐어주어가며 발급자를 늘려가던 카드사들. 그러기만 하면 돈을 버나? 이 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카드매출액의 현금서비스 비율이다. 원래 카드는 돈빌리는 데 쓰는 게 아니라, 물건 살 때 쓰는 거다. 근데 요게 용도가 바뀐 것이다. 돈 빌리기 궁한 서민들에게 선심쓰듯 500만원, 1000만원 빌려주는 거다. 카드 몇 개만 있으면 아무런 수입이 없는 사람도 1억 쉽게 모을 수가 있다.

카드로 위와 같은 엄청난 대출이 가능해진 건 99년 4월부터의 일이다. 예전엔 대출한도액이 70만원선이었다고 한다. 여기에 정부가 한 몫 하는데, 99년 4월부터 카드사 등의 여신전문회사에 대해서 신용카드사의 현금서비스 월사용 한도(70 만원)를 없애 업계에 자율권을 부여하고, 40%로 돼 있는 주요업무 취급 비율 또한 폐지하였다고 한다.
국민들이 빌려서라도 돈써서 경기 좀 띄워주었으면 하는 정부의 바램이었을 것이다.

카드사는 이렇게 무제한으로 늘어난 현금서비스의 비싼 수수료로 먹고 살았다.

당시엔(지금도) 현금이 궁한 사람들이 무지 많았다. IMF 사태가 지나고 경기가 호전되었다고 하던 99년 2000년, 40,50대는 오히려 기업의 기피계층으로 전락하여 재취업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었고,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실업자도 계속 증가추세였다.
생활비가 필요해서, 자녀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전세값 마련을 위해서 등등의 이유로 급전 대출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연리 2,30%도 마다하지 않고 돈을 구하는 이들이 허다했고 오히려 대출한도가 적다고 아우성이었다.
몇 해간 지속되고 있는 집값 상승 속에서 이루어진 전세값 상승과 월세값 상승은, 서민들에게 빚 없이는 못살도록 강요했다. 누구에게는 주택이 투기대상이겠지만, 그들의 투기로 집값을 올려놓는 사이 동반상승한 전세값에 카드빚을 통해서만 살 수 있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렇게 엄청난 대출수요가 있었기 때문에, 카드사들은 출혈경쟁을 해서라도 고객을 유치해나갔다.

그 결과가 다음과 같다. 한창 잘나갈 때의 상황이다.

[BC, 외환, 삼성, LG, 국민] 카드 5개사의 순이익(합)과 이익율(평균)

  1997년 1998년 1999년 2000년 2001년
당기순이익   925억 2376억 1조1789억 1조4443억
영업이익율(%) 1.8% 1.3% 8.8% 27.0% 29.3%

요즘 세상에 30%이익이란 건 상당한 이익율이다. 부동산 아니면 이런 장사 쉽지 않다. 그런데 카드가 바로 그러한 이익을 낸 것이다. 그러니 다들 그리로 몰릴 수밖에.. 그 엄청난 경쟁의 도가니를 기억하는가?
길거리마다 “카드 발급받으시면 1만원 현금 지금 당장 드립니다!”
나는 ‘2만원’ 준다는 가판대도 본 적이 있다. -_-;

이 때 정부는 89년 이후 제한해온 대기업의 신용카드 사업 진출을 2001년 7월부터 전면 허용하였다. 도대체 생각이 있는 정부라고 할 수가 있는 건가.

근데 왜 망하지?

빌려간 사람들이 돈을 안갚으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이거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문제였다. 없는 사람한테 돈 쥐어주고서는 바로바로 갚길 기대하는 게 문제 아닌가?
양쪽에 다 문제가 생겼다. 몇 해 사이에 카드빚 못 갚아서는 자살하고, 어설프게 은행 터는 사람들 정말 많아졌다. 기하급수적으로 쌓여만 가는 이자와 수수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못갚는 사람 많아지니 카드사 부실해지는 건 당연한 일. 이렇게 뭔가 부실의 조짐이 보이자, 잘 나갈 때는 절대 내리지 않던 수수료를 인하하거나, 회수불가능한 채권은 포기해주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

진작 그렇게 할 것이지… 너무 늦었다.
잘 나갈 때는 그렇게 악덕 고리대금업자같이 다 빨아먹더니..

이렇게 ‘샘통이야’라고 좋아하는 것도 그리 좋은 일은 아니지..
거대 기업 쓰러지면 전체 경제가 휘청하는 것도 사실이니.. -_-;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고나.. 에고..

“부도나는 카드사”의 4개의 댓글

  1. 정치경제학 입문서에 인용되어 있는 “위대한 계획 이야기(일리인)”의 한 구절이 꽤 재미있다.

    폭스 씨는 백만 달러의 돈을 갖고 있다. 그러나 돈은 굴려야 되는 법이다. 그는 신문을 훑어보고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해 의뢰인을 고용하나. 의뢰인은 종일토록 시내를 돌아다니며 보고 듣는다. 폭스 씨는 어디에 투자를 해야만 할까.
    마침내 그들은 뭔가를 찾아낸다. 바로 모자이다! 그것을 바로 폭스 씨가 만들어야 할 것이다. 모자는 잘 팔리고 있고 따라서 사람들은 모자로 돈을 많이 벌고 있다.
    이제 대해서 더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없다. 폭스씨는 모자 공장을 짓는다. 팍스 씨도, 크록스 씨도, 크녹스 씨도 같은 시기에 그러한 아이디어를 갖게 되고 그들 모두 모자 공장을 짓기 시작한다.
    6개월 후 이 지방에는 몇 개의 모자 공장이 새로 생긴다. 상점들은 모자로 가득 차고 창고는 터질듯 하다. 모자를 사라는 안내, 광고, 선전은 도처에 깔려 있다. 그러나 공장은 최대한 가동을 계속한다. 이제 그들 중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사태가 생견난다.
    사람들이 모자를 사지 않는 것이다. 크녹스 씨가 모자의 가격을 20센트 낮추면 크록스 씨가 40센트 낮추고, 바로 이들을 제거하기 위해 폭스 씨는 원가 이하로 모자를 판매한다.
    그러나 사태는 점점 나빠지기만 한다.
    …. 갑자기, 정지! 폭스 씨는 공장 문을 닫는다. 2천명의 노동자가 해고되고 거리로 몰려나온다. 다음날 크녹스 씨가 공장문을 닫는다. 다시 한주일 후 그야말로 모든 모자 공장이 조용해지게 된다. 수천 명이 일자리를 잃는다. 새로 산 기계들이 녹슬어 못 쓰게 되고 건물은 헐값에 팔리게 된다.
    한두 해 뒤 크녹스 씨에게서, 폭스 씨나 크록스 씨에게서 구입한 모자들이 모두 닳게 되고 사람들은 다시 모자를 구입하기 시작한다. 모자 가게는 텅 비어 있다. 먼지가 앉은 모자 상자를 제일 윗 선반에서 꺼낸다. 하지만 모자의 양은 충분하지 않다.
    모자값이 오른다. 그리고 이제는 폭스 씨가 아니라 두들 씨가 이 벌이 좋은 사업에 참가한다. 그는 새 공장을 구입한다. 하지만 똑같은 생각을 다른 눈치 빠른 사업가들도 갖게 된다. 이렇게 해서 모든 것이 다시 반복되는 것이다.

  2. 아..아름다운 자본주의..
    자본가들은 자기 필요할 때만 시장의 자율성을 떠들어댄다.
    가끔씩 인터넷 토론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어떻고 하는 소리를 떠들어대는 놈들을 보면 한심해서 죽을 지경. X도 모르는 XX들이..

  3. 경기의 순환과 반복이라는 거.. 알고보면 무지무지 무섭다…
    완만한 sin곡선과 같은 게 아니라.. 어떻게 보면 tan곡선이 아닐까 하는… –;
    시장만능주의자들은 그걸로 조절이 된다고 한다. 조절이야 되지.. 하지만 그 사이 피해보는 민중들은 누가 책임져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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