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저녁, 무슨 이유에서인지 하임이 앞니가 1/4 정도 깨져 있더군요.
(아마도 두 달 전 쯤 침대에서 떨어졌을 때 금이 갔었나 봐요. 그 외에는 원인을 못 찾겠더군요.)
하임이가 아프다고 하지 않는 걸 봐서는 심각한 문제는 아닌 것 같았지만
어쨌든 우리는 하임이를 데리고 치과에 갔어요.
어린이 치과라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놓았더군요. 아래처럼 말이죠.
하지만 하임이의 즐거운 시간은 잠시뿐이었습니다.
잠시 후 조그마한 수술대에 눕혀진 하임이는 옴싹달싹 못하게 꽁꽁 묶인 후
치신경치료와 치아 씌우기 세공을 몇십 분 동안이나 받아야 했으니까요.
영문도 모른 채 강제로 치료를 받아야 했던 하임이는 공포에 질려
치료 내내 울다가, 울다 지쳐 수술대 위에서 깜빡 잠이 들기도 했어요.
결국 하임이는 원래의 앞니 상당부분을 깎아내고 감쪽같은 새 앞니를 얻게 되었습니다.
치과의사 선생님의 작업과정과 작업도구들은 소조 예술가와 크게 다르지 않더군요.
하임이가 공포에 질려 우는 모습은 보기 안타까웠지만,
바로 옆에서 치과의사 선생님의 작업을 지켜보는 건 꽤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게다가 치과에서의 공포 체험은 한 가지 더 유익한 성과를 가져다 주었어요.
치과에서 나온 우리는 하임이에게 거짓말로 겁을 줬거든요.
하임이가 계속 손가락 빨아서 치과 온 거야.
앞으로 손가락 빨면 또 치과 와야 해요.
설마 했는데, 이 말은 정말 효과가 있었어요.
그동안 무슨 수를 써도 안 고쳐지던 버릇이 치과에 다녀온 이후로 거의 사라졌거든요.
벌써 열흘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손을 안 빠는 걸 봐서는 앞으로 쭉 안 빨 것 같아요.
여러모로 치과의사 선생님께 감사 드린다고 얘기하고 싶네요. ㅎㅎ
이런 거짓말쟁이 아빠..
거짓말은 엄마가 더 잘해요. 아빠는 거들기만 했을 뿐.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