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미용실에 도착하기 전 사고가 하나 발생했다. 전철역에서 나와 택시를 타려는데 내 양복 가방이 보이지 않았다. 전철을 타고 오는 동안 발표 ppt 만드는 데 정신이 팔려있다가, 역에 도착해서는 노트북만 챙기고 위에 올려두었던 양복은 두고 내린 것이다. 일단 시간에 맞춰 가야 하는 신부는 미용실에 먼저 보내고, 머리와 화장에 시간이 많이 들지 않는 나는 역에 되돌아가 역무원에게 사정을 얘기했다. 다행히 친절한 역무원께서 신속하게 조치를 취해주셨고, 돌아오는 전철의 기관사가 양복을 배달해주셨다.
역무원 왈 : “이런 일 자주 있어요. 대부분은 쉽게 찾아드리는데요, 가끔 잃어버린 카드나 열쇠 찾아달라고 하실 때는 정말 난감해요. 그래도 대부분은 찾아지더라구요.”
뒤늦게 도착한 미용실. 신부는 드레스를 입은 채 머리를 하고 있었다. 사진을 찍어주기로 한 진희 누나도 잠시 후 도착했다. 이제부터 사진이 시작된다.
잠시후 신랑 정동욱 군과 신부 박민아 양의 결혼식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사회를 맡은 저는 신랑 신부와 같은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오선실입니다. 신랑 신부의 연애 시작부터 결혼까지를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쭈~욱 지켜본 인연으로 오늘 사회를 맡게 되었습니다. …
아시는 분도 있고 모르는 분도 있을 것 같은데, 오늘 이 자리에 서 있는 신랑과 신부는 작년 2월에 혼인신고를 먼저 하고 미국에서 결혼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 이 자리는 결혼식이라기보다는 한달 부족하기는 하지만, 결혼 1주년 기념 파티라고 할 수 있습니다.그래서 오늘 결혼식은 평소 보시던 결혼식과 좀 다를 것입니다. 주례 선생님도 따로 모시지 않았고 단체 기념 촬영도 따로 없습니다.그래서 평소 결혼식을 기대하고 오셨던 분들께는 좀 당황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축의금 내고 곧장 식사하러 갈 수 없다는 점이 평소 많은 결혼식을 다녀본 저로서는 가장 불만스러운 점이긴 합니다^^;; 물론 저는 오늘 사회를 맡았기 때문에 밥을 미리 먹지는 못하겠지만요.하지만 신랑 신부가 하객 여러분과 함께 하는 결혼파티를 하고 싶어 준비한 자리라고 하니 배고픔을 조금만 참으시고 편안하게, 함께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오늘 결혼식의 주인공인 신랑 신부의 입장이 있겠습니다.신랑 신부 나와 주세요~
대부분의 하객 여러분은 신랑이나 신부 중 한 명만 알고 오신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둘이 어떻게 만나고 사랑하고 결혼하여 오늘에 이르게 되었는지 궁금하실 것 같습니다. 그러한 궁금증을 가진 하객 여러분을 위해 신랑과 신부가 직접 자신들의 스토리를 여러분께 압축적으로 요약 정리해 드린다고 합니다. 신랑 신부 준비 되었나요?
평소 이 부부는 결혼식의 주인공이 결혼당사자와 부모님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답니다. 그래서 본인들의 결혼식에서는 부모님의 소감을 꼭 들어보고 싶고 당사자들도 꼭 한마디 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 앞에서 부모님 자랑도 하고 싶었다고 하네요^^. 자식 자랑은 팔불출 중에 하나라지만, 부모님 자랑은 거기에 속하지 않겠지요?
장모님은 많은 나이에도 여전히 직장을 다니십니다. 젊은이들 못지않은 유능한 보험 설계사로서, 작년에는 우수한 실적에 대한 상으로 회사에서 제주도에도 보내주었다고 합니다. 아직도 보험이 없으신 분들은 식이 끝난 후 장모님과 상담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사실 장모님은 마음이 여리시고 눈물이 많으십니다. 마지막 남은 막내 딸 민아 씨를 제가 뺏어가는 것 같아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그런 느낌 안 드시도록 노력하겠다는 말과 함께 마이크를 장모님께 넘기겠습니다.
이제 신부 차례인데요.이런 결혼식 선뜻 허락하시기 어려울텐데, 생각이 열려 있으신 아버님 어머님께서는 정말 쉽게 허락을 해주시고….
다음은 오늘의 신랑 신부와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는 친구가 한 마디를 하겠다고 합니다. 신랑과 신부의 대학원 후배이자 신랑의 룸메이트였으며, 신랑이 미국에 떠나 있는 동안 남은 원룸을 지키며 살다 이곳 트레인스에서 지난 8월 결혼을 올렸습니다. 2주만에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웨딩 플레너 님과 미용실 정보까지 그대로 전해준 정성욱군 덕이었다고 하네요. 그럼 정성욱 군의 얘기를 들어볼까요?
성욱군의 축사는 여기서 -> http://blog.naver.com/bamiya/130080287902
둘에게 거는 기대가 무척 큰걸요. 신랑과 신부의 부담감이 만만치 않겠어요. 신랑과 신부는 정성욱 군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겠어요? 그 약속을 노래로 확인할 수 있을까요?
친구의 결혼에 대해 축하의 마음만 있는 건 아니겠죠? 신부와 함께 학부를 함께 보내며 오늘의 신랑보다도 함께 여행을 많이 다녔었던 이지혜 양이 한 마디를 올리고 싶다고 합니다.
떨리는 음성의 너무나 진솔한 축사였지만, 당시 너무나 길어지고 있던 결혼식이 걱정되던 우리는 지혜씨가 들고온 노란 종이의 개수에만 온 신경이 곤두섰었다.지혜씨의 축사는 여기서 -> http://blog.naver.com/bamiya/130080290434
이번엔 신랑 친구 차례입니다. 2003년 봉천각이라는 집을 마련하고서 신랑과 함게 2년간을 동고동락하며 매일 밤을 지새웠던 장춘기 군이 한 마디를 올리고 싶다고 하네요.
앞에서 이러저런 얘기 많이 했으니 자기는 짧게만 얘기하겠다며 운을 뗀 춘기. 2주전 돌아가신 아버님이 예전에 춘기에게 결혼을 닥달하며 하셨던 말씀을 전해주었다.“사람이 태어났으면 아는 낳고 죽어야지”능숙한 동해 사투리와 함께 터진 이 말에 모든 사람들이 웃었다.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어쩌면 고아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결혼을 했기 때문에 부인도 생기고 아이도 생기고, 또 장모님, 장인어른까지 생겨 고아가 아닐 수 있게 되었다는 춘기의 말에 가슴이 살짝 아렸었다.단순명쾌한 생물학적인 진리와 함께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춘기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이제 마지막 순서. 노래패 후배 종호의 축가
그리고 이제 건배 제의의 시간.
원래 사회자가 건배 제의를 하기로 했었는데, 예식 직전 홍성욱 교수님께 부탁하기로 계획을 바꾸었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 앞에서 건배 제의를 위해 일어서신 분은
마치 미리 준비라도 해오신 것처럼 재미난 건배 구호를 가르쳐주셨다. 요즘 “사랑은 뜨겁게, 지구는 차갑게”라는 구호가 유행한다면서, 그 앞부분을 따서 구호를 외치셨다.
“사랑은 뜨겁게”
이제부터는 설명 없이 사진만~~
끝~
동욱이 Cooooooooooo~~~l 하게 사네 🙂 보기좋네.. 늦었지만 축하한다 🙂
인극이구나^^ 축하 고마워!
오매. 형 결혼식도 못가봤네요. 윽윽.
어쩔 수 없었으니 모. 유학 갔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혹시나 해서 전화해봤지만 없는 번호라더만.
유학 생활은 할 만해?
핑백: ZoLAist's Diary
핑백: 주례 없는 결혼식 준비 후기 | ZoLAist's Diary